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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샐리살리 Oct 22. 2021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나의 시어머니, 메리

가족이 된다는 것 

Part 1.

한 번도 당신을 불러보지도 만나보지도 못했지만 

내 꿈속에 당신은 언제나 함께였어요.

당신이 그토록 아끼는 아들과 만나 

인연이 깊어지면 질수록 

당신에 대한 호기심은 깊어만 갔어요.

곧 때가 되면 만날 수 있다는 기대로 부풀어 있었죠.

결혼식을 상상할 때면,

당신은 눈부시게 고운 한복을 입고 자릴 빛내고 있었어요.

당신을 만나 꼭 안아 드리고 싶었어요. 

당신의 아들이 어떤 아이였는지

어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보내왔는지

당신을 만나 들어보고 싶었어요.


꿈에서라도 당신을 만나면 

당신의 손을 꼭 잡고 말할 거예요.

당신의 아들을 만났어요. 

모두 당신 덕분이에요.


이제 편히 쉬세요, 샐리 


2017년 7월 15일

메리의 장례식, 포틀랜드




Part 2.

믿기나요. 우리가 이제 진짜 가족이 되었어요.

당신의 멋진 아들과 드디어 결혼했어요.

메리, 당신 덕분이에요.


당신을 포틀랜드 장례식에서 마지막으로 보내고

당신의 아들과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두 달 후 구청에 갔어요. 

우린 혼인신고를 했죠.

결혼식도 중요하겠지만 우린 무엇보다 하루라도 빨리 가족이 되고 싶었어요.

당신을 보내곤 알게 되었어요. 시간은 갑작스럽게 흘러 버릴 때가 있다는 것을.

갑작스러워지는 시간과의 거리를 늘 주시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에 우린 후회를 했어요. 

이젠 시간이 저 홀로 멀리 달아나버리지 않게 꼭 잡아 메어 두려고요.


당신을 보낸 이듬해, 아버님이 한국에 오셨어요.

아들이 어떻게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하시기도 하셨고

무엇보다 빨리 상견례 후 결혼식을 하루라도 빨리 계획하고 싶어 하셨죠. 

한국의 가족들 역시 아버님을 눈이 빠져라 기다렸어요. 가족 모두가 아버님을 반겨드렸어요. 

우리 할머니는 혼자오신 아버님을 보고 

당신도 같이 있었더라면 하고 몇 번이나 이야기하시며 눈시울을 붉히셨어요.


그리고 그다음 해, 우린 한국에서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어요. 

미국의 가족들이 한국에 와 있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설레고 행복에 넘치는 시간을 함께 보냈어요. 


결혼식 당일, 비어있는 당신의 자리를 보고 조이스와 이모님이 구석에서 눈물을 훔쳤어요. 하지만 당신이 계신 곳에서 당신도 우리와 그날을 함께 했을 거라 난 믿어요.


당신과 나는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이 될 수 있었는데,

그저 당신을 한 번 안아드리고 싶었는데,

그저 당신을 한 번 불러보고 싶었는데, 

우린 단 한마디도 나누지 못한 채 이렇게 스쳐 지나가 버렸네요.


언젠가 우리가 만나면 

당신의 손을 꼭 잡고, 안아주고, 말할 거예요.

나의 시어머니, 메리. 감사합니다. 

당신 아들을 이렇게 잘 키워주셔서. 우리 행복하게 살게요. 


당신을 늘 기억할게요,

샐리


2021년 10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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