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런은 무엇이관데
내가 살아가고 싶은 오늘 하루.
글을 꾸준히 쓰려고 대략적인 주제들을 나열해 놨는데 모닝런은 무엇인가 라는 주제에서 막혀버렸다 결국 삼일차 고민했지만 그제도 어제도 쓰지 못하고 오늘까지 넘어왔다. Google에서도 Naver에서도 모닝런을 검색해 보기도 하고 각 스포츠 브랜드마다 써 놓은 기사 같은 글들을 읽어보기도 했다. 다 모닝런 좋은 것은 아니까 이것저것 비슷한 내용이다. 신진대사를 높여주고 아침을 깨워주며 체중 관리와 심혈관질환 예방에 좋고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고 어쩌고 저쩌고.
나에게 모닝런이란, 내가 살고 싶은 하루인 것 같다.
정말 매일 쉽지 않지만 일어나고 아직은 몽롱한 상태인 머릿속에서도 이것저것 자유롭게 떠다니는 핑계 같은 생각들에 눈을 감고 귀찮고 힘들지만 정해본 거리 이상을 뛰어 내면서 언젠가부터 핑곗거리들은 사라지고 옆이 보이는 마법. 오늘 일도 해야 하고 마주치기 싫은 사람들도 만나야 하고 이동 공간 위에서도 복잡하고 치열한 세상을 맛보며 잠깐 숨을 참아야 할 때도 있지만 또 잠깐 생각을 옆으로 밀어놓고 가고 있다 보면 맛있는 점심을 먹는 순간도 오고 오후에 일 하다가 아주 잠깐 성취감을 맛보는 시간도 있을 수 있고 또는 창밖을 보니 비가 오길래 맞춰서 내려고 커피 맛이 좋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가 뿌듯함으로 차고 행복해지기도 하고. 힘든 순간, 숨이 막혀오는 순간, 온갖 짜증이 몰려오는 순간, 핑계밖에는 떠오르지 않는 순간 그 순간들을 극복까진 못해도 잠깐 밀어 두고 움직이지 못하면 더 나아지는 건 없다. 어쨌든 숨이 차올라 곧 쓰러질 것만 같은 순간도 지나야 옆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던 꽃들도 보이고 시원한 나무 그늘도 보이고 그렇다.
그런데 이렇게 딱 한 시간 정도 참기도 하고 누리기도 하면서 뛰고 나면 아 오늘 하루쯤은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있긴 하지만 또 잘 넘겨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할 수 있다. 오늘 아침도 이렇게 잘 뛰어 냈으니 오늘 하루쯤이야. 잘 살아내겠지. 좋은 것도 있겠지. 등등.
사실 뛰면서는 오히려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떨 땐 너무 생각이 많은 날이 있어 아 오늘은 뛰면서 생각 정리를 좀 하고 와야지 하는 날도 있는데, 막상 뛰기 시작하고 나면 어느 순간부터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서 돌아올 때, 아 오늘 이거 생각 정리 하려고 했는데 생각이 안 났네? 싶어서 한편으론 어이가 없기도 하고 속이 시원하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을 끄고 싶었는데 뭘 해도 안되던 생각 끄기가 그렇게 쉽게 되는 거였나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끄고 있었다니. 왠지 머리가 좀 숨이라도 쉰 것 같아 시원함 마저 느껴진다.
아침에 뛰다 보면 뜻밖의 아주 사소한 웃음거리가 생기는 것 같다.
어떤 날은 이렇게 생각 끄기가 무의식 중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어떤 날은 파란 하늘이,
또 오늘처럼 새벽 내내 비가 내려서 못 뛸 것만 같았던 날은 비가 한번 지나가고 나서 그 직후의 촉촉함이,
또 어떤 날은 아무도 오지 않아 혼자 뛸 줄 알았는데
뜻밖의 새로운 게스트분이 와서 재밌게 얘기하면서 뛰기고 하고,
어떤 날은 혼자 뛰게 된 것 자체로도 크나큰 힐링이 될 때가 있다.
매일 찰나의 귀찮음을 뒤로하고 나오기만 하면 정말 사소한 새로운 것들이 기쁨의 요소가 된다는 게 신기하다. 매일 아침마다 좋은 보상을 받고 가는 기분이다.
아침을 뛰면서 그날 살고 싶은 하루, 살아 내고 싶은 하루를 상상한다.
오늘은 이런 이런 일을 해야 하지만 잘 완주해 낼 수 있겠지. 뭔가 또 기분 좋은 일도 있겠지.
나는 오늘 아침도 뛰어냈으니 오늘을 완주할 힘도 충분히 충전했다. 가자!
모닝런은 내가 오늘 살고 싶은 하루를 한 시간 정도로 줄여놓은 단편의 이야기인 것 같다.
중요한 건, 컨디션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아침 달리기를 했는데 오늘 하루 살고 싶은 하루가 부정적으로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모두 잘 될 것이라는 생각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