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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든 Nov 16. 2019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집

주택에 관한 축소주의 이야기



여기서 살고 싶다.

여느 때와 같이 유튜브를 훑어보던 중 눈길을 끄는 영상을 보았다. 광활한 자연 속에 모던한 디자인으로 지어진 멋진 집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집 안도 어찌나 아늑하게 꾸며놓았는지, 단지 멋진 건축물을 소개하는 영상인 줄 알았는데 그 집은 일명 '오프 그리드 하우스'였다. 



이미지 출처: homedit



오프 그리드 하우스

오프 그리드 하우스는 공공시설에서 전기나 수도, 난방을 공급받지 않고 모든 에너지와 물을 자체적으로 생산하여 해결하는 집이다. 이를테면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숲속의 작은 집』에서 박신혜와 소지섭이 살았던 바로 그런 집 말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들이 일주일 정도만 오프 그리드 하우스에서 생활하지만, 실제로 오프 그리드 하우스에서 일생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빗물을 정화하여 수도로 쓴다. 전기로 난방을 하고 화장실 변기는 물을 내리는 방식이 아닌 퇴비 변기를 사용한다. 옛날 재래식 화장실이 아닌 현대식 퇴비 변기는 실제로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아 놀라울 정도라고 한다. 오프 그리드 하우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매일 욕조에 물을 받아 목욕은 하지 못해도 에너지 자급자족 라이프를 자랑스러워하고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영상을 보며 그 사람들을 향한 존경의 감정이 샘이 솟았다(특히 퇴비 변기를 사용하는 부분에서 가장 많이). 



이 사람들은 어쩌다가 불편함을 감수하며 이런 곳에서 살게 되었을까?





기후변화와 주택의 상관관계

현재 지구는 기후 변화 때문에 멸망의 위기를 맞았다. 과장이 아니다. 지구 평균 기온이 과거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변하는 만 년 동안 4도가 올랐는데, 지난 100년 동안에는 산업이 급격히 발전하며 1도가 올라버렸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100km를 달리다가 갑자기 2,500km로 달리는 꼴이라고 한다. 기온이 1도가 오르면 그 여파는 숫자 1이 주는 위기감에 비해 꽤 크다. 수온이 상승해 예전보다 태풍이 자주 생성되고, 그 태풍은 온도가 높은 육지로 자꾸만 이동하게 된다. 몇 년 안에는 매년 몇 번이나 이런 태풍을 맞을 수도 있다니, 태풍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간담이 서늘해졌다.


지구 평균 기온을 높이는 주범은 다름 아닌 바로 이산화탄소, CO2이다. 이런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방법은 안타깝게도 플라스틱 및 일회용품을 줄이는 방법은 도움이 되지 않고(이런 운동은 환경보호에 가깝다고), 앞서 연재한 바와 같이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오프 그리드 하우스, 즉 친환경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환경보호를 하고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불편은 생활하며 익숙해지기 마련이니 대수로운 것도 아니다. 


하루에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나 집 같은 건물에서 내뿜는 에너지를 축소해서 사용한다면,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데 조금은 보답하고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도시에서 나서 자란 나는 대뜸 자연으로 돌아가 집을 짓고 빗물을 정화해서 살아가는 미래를 꿈꾸는 것이 어렵다. 이런 친환경 집은 많은 사람이 따라야 그 효과도 커질 텐데 많은 사람이 도시 한복판에서 퇴비 변기를 사용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상상하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니 요즘 곳곳에 짓는 주택 형태 중 꽤 현실적인 형태의 친환경 주택을 발견하게 되었다.

 



말로만 듣던 패시브 하우스가 답인가


주택에서 열은 35%는 외벽, 25%는 지붕, 15~10%는 창문, 15%는 바닥을 통해 손실된다. / 이미지 출처: Internorm




패시브 하우스

패시브 하우스란 인위적인 에너지 공급(Active)을 최대한 축소하여 집 내부 설비만으로(Passive) 실내 온도를 어느 정도 유지해나가는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을 말한다. 


석유로 환산하면 연간 냉방 및 난방 에너지 사용량이 1㎡당 1.5ℓ 이하에 해당하는데, 한국 주택의 평균 사용량은 16ℓ이므로 80%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셈이고 그만큼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네이버 지식 백과] 패시브 하우스 [Passive house] (두산백과)


간단히 말해 패시브 하우스는 거의 밀폐된 집을 말한다. 들어오는 뜨거운 열과 차가운 공기를 최대한 막아야 에너지를 덜 쓴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기는 필요하기에 특수한 환기 설비를 한다. 바로 공기가 나가고 들어오는 환기구에 열 회수형 환기장치를 달아 공기는 순환되지만, 온도는 유지되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야말로 패시브 하우스의 핵심이고 이미 꽤 많은 패시브 주택이 에너지를 축소하며 자리 잡고 있다. 


열 회수형 환기장치/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패시브 하우스가 궁금한 분들에게 네이버 지식백과에 있는 「패시브 하우스 콘서트」를 추천한다. 배성호 건축가님이 재미있고 쉽게 설명해 놓으셔서 패시브 하우스에 관한 개념이 잘 잡힌다. https://terms.naver.com/list.nhn?cid=58398&categoryId=58398


한국 패시브 건축 협회 인증 마크 







축소주의

평범하게 근근히 하루를 살아가는 내가 땅을 사고 그 위에 주택을 짓거나, 패시브 하우스를 사려고 하면 족히 십 년은 넘게 걸릴 것이다. 패시브 하우스를 목표로 저축을 할 수 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조금이라도 집에서 배출하는 탄소의 양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난방이 가장 중대한 문제다.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단열이란 단열은 모두 해본다.

창문: 에어캡 붙이기, 두꺼운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설치하기

바닥: 러그 깔기

실내 난방: 일정 온도(내 경우엔 20도)로 유지하기, 개별난방으로 안방과 서재만 난방하기

탄소 포인트 가입하기(2년 전 전기 사용량과 비교하여 사용량을 줄였다면 포인트를 주어 상품권이나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제도): 가입하면 동기부여가 돼서 조금 더 열심히 에너지를 아낄 것이다.

옷을 두껍게 입고 족욕, 물주머니 등을 활용하여 부수적인 방법으로 몸 덥히기

전기: 사용하지 않는 코드는 빼놓기. LED등 사용하기. 최대한 자연광을 즐기며 생활하기



어떤 세면대는 변기와 연결이 되어 있어 세면대에서 사용한 물을 변기에 재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화장실 시스템을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꽤 많은 물을 절약하지 않을까 싶은데, 왜 그런 친환경 제품을 주변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사지 않으니까 팔지도 않는 것일까? 스웨덴에서는 환경을 위해 에너지를 정말 많이 소비하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없애고 이웃끼리 공용 세탁실을 사용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건조기 및 식기 세척기, 스타일러 등 신식 가전제품이 늘어나는 느낌이다. 공기 청정기조차 악순환에 동참하고 있는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다. 주택에서 사용할 가전제품을 살 때 환경이나 에너지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당면한 기후 위기에 조금은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텃밭 작물에는 수돗물보다 미네랄이 풍부한 빗물이 더 좋다고 하는데, 훗날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살게 된다면 빗물을 받아 텃밭에 물을 주는 상상을 해본다. 에너지 자급자족 주택에 사는 모습 또한 상상이 아닌 현실로 이루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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