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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Apr 04. 2024

지금의 독일을 만든 건 실수다

독일의 실수 VS  한국의 완벽함

한국과 독일이 추구하는 방식은 크게 ‘자연스러움’ vs ‘완벽함’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완벽함을 추구한다.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더 높은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긍정적인 태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 사회가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 발생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다.




독일 뉴스를 처음 접할 때 한국과 정말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이 있다. 흔히 한국에서 말하는 방송사고. 말을 더듬었다던가, 웃음이 났다던가, 재채기가 난다던가 하는 것들이 이곳에선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앵커가 그런 일로 당황할 이유도 없고 그냥 자연스럽게 뉴스를 이어가면 그뿐이다. 그런 일이 있다고 뉴스의 공신력이 떨어진다던가 앵커의 능력이 평가절하되는 일도 없으며, 앵커가 말 이어가기 전에 “쏴리”정도의 가벼운 추임새 같은 사과를 하는 것 이상의 사과는 하지 않는다.


앵커의 태도뿐 아니라 뉴스를 만들어 가는 방식도 그렇다. 같은 시기에 같은 내용으로 한국과 독일의 공영방송과 인터뷰한 일이 있었는데, 한국방송은 이미 짜놓은 그림에 맞춰 일종의 유도신문처럼 인터뷰를 이끌어 간다면, 독일은 이틀이라는 시간을 할애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이었다.


뉴스뿐 아니라 아역배우들의 연기도 한국은 소름 끼치게 영악한 면이 있다. 한국의 아역 배우들은 ‘어떻게 아이가 저렇게 연기할 수 있지?!’라며 감탄을 자아내는 연기라면 독일의 아역 배우는 그냥 그 장면에 나온 ’ 애‘다. 엄청난 감정선으로 분노하거나 우는 연기를 한다기보다 그냥 자연스러운 아이를 보는 연기를 한다. 발음도 나이에 따리 어눌하면 어눌한 대로 말도 좀 더듬으면 더듬는 대로.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우는 방식도 한국과 독일은 다르다. 독일은 기술, 전략, 전술을 가르치기 전에 그냥 가지고 노는 기간을 길게 갖는다. 한국 사람 입장으로 보면 답답할 노릇이다. 예를 들면 바이올린 학원을 보냈는데 “돈 내고 학원 보내놨더니 애가 늘지를 않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몇 년째 그냥 놀다 오는 느낌일 수 있다. 물론 아이가 재능이 있어서 쭉쭉 성장하는 경우는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한국보다 결과물이 나오는 속도가 느리다. 매우. 혹은 축구 클럽을 다니는데 전술도 안 배우고 이기적인 플레이도 크게 뭐라고 안 한다. 아이들이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이론과 룰을 배우고 전략과 전술에 맞게 움직이는 방법을 배우면 단기간에 성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릴 때 뭣도 모르고 부딪히면서 느끼는 쾌감을 모르고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순수한 열정이나 재미, 흥미를 잃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아무도 알 수 없는 숨은 능력이 죽어버릴 수 있다. 물론 이런 핑계로 나태한 선생들도 생겨나겠지만 원론적으로 옳은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슨무슨 세계대회를 보면, 어릴 때는 한국이 많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시간이 갈수록 그 빛을 잃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아닐까?


대학에서 전공을 배우는 방식이나 속도, 회사에서 일을 배우는 방식등도 모두 비슷하다. 그러나 한 분야의 최고들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탁월함을 갖추는 것을 보면 이 방식에는 분명 장점이 있다.




완벽을 추구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면서 최고의 결과와 최고의 효율을 위해 달려왔기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과보다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문화, 서로의 실수를 용납하고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관용이 있는 사회로서의 모습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것이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포텐’(potential)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행여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더 행복한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로 가는 방법임에는 틀림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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