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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Sep 23. 2020

내 인생의 뽀나쓰

아인슈타인이 부럽지 않은 내 인생의 양자역학

오늘은 매일 달리기를 시작한 지 21일째 되는 날이다. 현재 시각 5시 30분. 지난밤에는 새벽 2시부터 거의 정확하게 한 시간마다 눈이 떠졌다. 그렇게 잠이 깨서 한쪽 눈만 겨우 실눈을 뜨고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니 5시.  원래 맞춰 놓은 알람은 5시 반이다. 침대에 누워 옆에 아내와 딸이 깰까 조심스럽게 발목을 돌리고 기지개를 켠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냥 일어날까? 30분 더 잘까?


그때 생각난 것이 글쓰기다.

사실 그저께 컴퓨터가 멈추는 바람에 다 쓴 글을 날려먹은 탓도 크다.ㅜㅜ 

일어나서 글을 쓰고 싶어 졌다. 어쩌면 글을 쓰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하다.


아침에 달리러 나가기 전, 해도 뜨지 않은 창밖과 냉장고 소리만 고요하게 들리는 이 새벽에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감사하다. 이른 아침 달리기를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낮이나 밤에 달리며 느끼는 것과 사뭇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달리기라는 운동 자체가 가진 큰 매력 중 하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격하게 움직이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더 평온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른 아침의 달리기는 유독 명상으로서 더 확실한 기능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스탠드 불빛 하나 운치 있게 켜놓고 글을 쓰는 것은 명상 전에 하는 또 다른 스트레칭이다.




또 하나, 새벽 글쓰기와 달리기는 인생의 뽀나쓰 같은 느낌이 있다.


'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말이 갖고 있는 의미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마는,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42.195km처럼 모두가 같은 거리를 가는 것일까 아니면 각자의 거리가 다를까.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없다는 걸 보면 아마 우리 모두는 각자의 거리를 때로는 뛰고 때로는 걸으며 그리고 가끔은 주저앉아 울기도 하며 나아갈 갈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달릴 때마다 느끼는 것은 내가 목적지와 가까워지는 느낌이 아니라 마치 내게 주어진 인생의 길이와는 별개 특별 보너스를 받는 것 같다는 것이다. 나는 가끔 '세상의 시간이 멈추고 나에게만 별개로 몇 년의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때는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지금 그 일이 현실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체험 중이다.


내 인생의 보너스, 하루를 시작하는 명상의 시간을 가지러 또 출발!




이미지: https://pixabay.com/ko/photos/핑크-치수-숲-하늘-일몰-2293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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