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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의 현장일기

(3) 숨은 잘 못 돌렸지만

by 식빵이 Feb 28. 2025

-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잠시 빠진 적이 있었다. 교만한 생각이었다. 이제는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내 방식으로 해볼 수 있다는 걸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다. 이야기 모음집이 한 예다.


- 애정이 많아 덧붙이자면 아직 "사례관리"로 불리곤 하는 case management의 담당자로서 첫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되면서, 그 어머니까지 우리 세 사람이 지난 한 해 동안 나누었던 수많은 이야기를 틈틈이 일기 형식으로 정리한 글이 이야기 모음집이다.

 클라이언트와 내가 한 권씩 나눠 가질 것이다. 실천 현장에서 클라이언트의 주권 의식, 저자성(authorship) 등에 관해 고민하다 나온 결과물로, 아쉬운 점도 많다. 올해는 아예 기록 작업도 함께 진행해도 좋겠다 싶은데, 의논해 볼 일이다.


- 사람 중심 실천(Person-Centered Practice)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나는 사람 중심 실천의 모든 철학이 단 네 글자로 압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지사지”.


- 좋은 선배가 되는 법도 역지사지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선배들에게 쓰는 존칭을 후배들에게도 똑같이 사용할 것이다. 선배에게는 “죄송한데요”, 후배에게는 “미안한데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선배에게는 먼저 인사하고 후배의 인사는 기다리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 현장에 있으며 졸업을 하게 되었으니 졸업 소식도 현장일기에 포함될 수 있겠다. 체감상 일하면서 논문 인터뷰하고 작성하고 심사받은 10개월 정도의 시간이 수능 수험생활 3년보다 더 힘들었다. 그나마 취업 전에 프로포절 심사라도 먼저 받아놨으니 그 정도였을 것이다. 끝났으니 하는 말인데,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다.


- 그런 의미에서 당분간 나에게 시간을 주려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석사 학위를 얻기까지 말 그대로 쉼 없이 달려왔다.


 학교 공부와 연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짐과 동시에 성숙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그리고 직장에서의 일이 익숙해지고 많은 성찰이 더해지고 있는 이때 현장에서의 성숙은 여러모로 나의 미래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여유가 좀 생기니 다시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된다. 외국어와 수어 공부, 악기 등 아껴둔 숨 쉴 구멍들이 많다. 올해에는 숨 좀 쉬어야지.


 이때는 사회생활 후배가 없어봐서 몰랐는데, 후배에게 부담을 안 주기도 참 어려운 것 같다. 상사에게와 똑같이 존대하자니 후배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면?
 내가 어떤 선배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누가 후배들에게 블라인드 인터뷰 좀 해서 알려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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