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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 Jun 15. 2022

현금봉투 vs 실물 선물

다 큰 자식 뒷바라지가 노년에 얼마나 부담이고 힘든지 알아줘야 한다는 댓글(이전 내 글)들을 보고, 또 고생하는 만큼 대접받는 느낌을 엄마에게 주라고 조언해주시는 댓글을 보고 친정엄마 생신에 정말 오랜만에 선물을 사 보았다.


그간 생일선물은 '현금이 최고지~' 하는 마음으로 들 돈봉투와 케이크만 들고 갔던 터였는데, 나 때문에 고생했던 엄마에게, 엄마가 본인 돈 주고는 못 살 거 같지만 정말 본인에게 필요한 걸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



울 엄마가 필요할 거 같은 item (내가 생각한)


- 옷 : 교회 갈 때 최대의 멋을 부리는 우리 엄마는 늘 옷이 없다고 투덜대는데, 

  88 사이즈인 엄마 몸매와 취향을 커버할 옷을 나 혼자 사는 것은 리스크가 커서 패스


- 신발 : 무지외반증이 심한 우리 엄마는 양쪽 발을 다 수술했는데, 심지어 왼발은 무지외반증 수술 후 부작용으로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어 재수술까지 받았다. 그래서 편한 신발 찾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 시중 신발은 다 거기서 거기일 것 같아, 의료용 신발을 맞춰드리기로 결심. 그러나 생일선물로 받기에는 예쁜 게 좋으므로 이번 선물은 다른 것으로 하기로.


- 가방 : 오빠나 내가 생신 때 선물한 무거운 가죽 가방에 두꺼운 성경책까지 넣어 주일에 교회를 다녀오시고선, '왜 이렇게 어깨가 아픈지 모르겠다'라고 하신다. 울 엄마는 대형마트보다는 10분 거리의 시장에서 매일 조금씩 장을 봐 오는데, 손으로 들기가 무거워 핸드카를 밀고 다녀온다. 그때마다 핸드폰(카드 많이 넣어 두께 장난 아닌) 넣을 곳이 없어 핸드카에 넣어 다니는 것을 목격. 저 땅바닥 위 10cm 핸드카 바닥에서 핸드폰이 큰 소리로 울려도 못 받기 천지. 

...


그리하여 가방으로 낙찰!



뭐든 무겁다고 느끼는 엄마에겐 가볍고 실용적이면서 산뜻한 디자인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며 매장을 둘러보니, 롱 O이 눈에 확 들어왔다. 


여행용 큰 가방만 이용해 보았던 나에겐 롱 O은 실용적 이미지만 강했는데, 실제 매장을 둘러보니 디자인도 예쁜 게 아주 많았다. 특히 어르신들도 들고 다니실 만하게 스탠더드 한 디자인이면서 화려한 색감의 가방이.





가깝게 어디 나갈 때 핸드폰과 카드만 딱 들어갈 정도의 가볍고 부드러운 양가죽의 크로스백 하나.

약속이 있거나 교회 갈 때 들고 가도 포인트가 되고, 성경도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며 가벼운 토트백 하나.



머피의 법칙 대환장 쇼


가방 두 개를 사고,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100% 우유 생크림이라는-작지만 대형 사이즈 가격의-케이크도 하나 사고 집에 가는데 갑자기 하늘이 뚫린 것처럼 쏟아지는 장대비.


고속국도를 탔는데 앞은 하나도 안 보이고, 설상가상으로 엄마한테 '배고픈데 언제 오냐'는 문자와 함께 연이어 오는 전화가 먹통이 되고. (차와 핸드폰 블루투스 상태가 불안정했다)

배고픈 엄마한테 어서 달려가야 하는데, 쭉 직진으로 빠진 고속국도에서 계속 20m 후 우회전을 하라는 T map 때문에 집에 가는 시간이 20분이 더 늘어나고. 


결국 일반도로를 빠지자마자 길가에 잠깐 차를 대고 배달앱으로 오늘 식당에서 먹기로 했던 연어초밥을 주문했다. 내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음식이 올 수 있는 식당에서.


잠옷과 외출가방의 조화로움


좀 늦은 점심식사였지만, 연어초밥도(스끼다시에 목매는 우리 엄마, 튀김과 우동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 가방 선물도, 케이크도 모두 대성공!!


뭘 드셔도 가장 최고의 말이 '괜찮다'인 우리 엄마. 어느 정도 괜찮으면 '나쁘지 않다'는 우리 엄마.

오늘은 케이크도 괜찮고, 가방도 괜찮고, 연어초밥도 괜찮단다. (얏호!!)




엄마가 뭘 필요할까를 고민하며 무엇을 골라본 지가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을 하며 반성도 하고, 엄마가 참 필요했던 거라고 가방을 들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기도 했던 우리 엄마의 생일날.



그러나, 곧 돌아올 내 월급날 이상하다며 나에게 전화를 할 것 같은 우리 엄마. 미리 양해를 구할게요.


"엄마, 나 지금 시댁에 있어서 용돈을 어머님한테 더블로 드리게 돼서 엄마한테 드리던 건 잠깐 끊어야 돼. 나 지금 외벌이에 남편 뒷바라지해서 마이너스예요ㅠㅠ"


아주 절묘한 타이밍의 엄마 생신, 잘 치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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