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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Mar 27. 2024

물수제비 할머니

 물수제비 할머니  



공원식당 생선이 구워진다

식당은 신발을 벗어야 들어갈 수 있고

신발은 모래 속으로 파고든다

 

노인들은 생선구이 냄새를 구경 나왔다 

아이들은 논다 


아이와 놀 수도 노인들 옆에 앉기도 

그래서  

모래를 주워 돌로 키웠다 

키울 것이 생겨서 기뻤다 


모래를 오물오물 뭉쳐  

얄팍얄팍하게 둥글린다 

잠깐잠깐 띄엄띄엄 꾸준히 돌을 키우다 보니 백발  

생선구이 냄새를 구경 나왔다


엄마인적 없는 할머니가 내 자리 

엄마이면서 할머니인 할머니들과

대화가 될까 


다 키운 돌에게 

말을 걸고 싶어지면  

한 손에 돌을 쥐고 

한쪽 다리는 들어 올리고 3초 버틴다 

물수제비 자세를 연습하는 할머니가 된다  


엄마인적 없는 여자가 옆집에 산다

닭을 키울 때는 꼬꼬 엄마

흰 개 통일이를 키울 때는 통일이 엄마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

지난해 통일이가 죽었다

여자는 키워낼 이름이 없다


여자에게 수제비를 떠서 한 그릇 건네니

올해 키운 땅콩이에요

토실토실한 땅콩을 가득 담아 그릇을 돌려준다

 

키워낸 돌들을 가방에 넣고

공원이 아니라 바다로 

연습이 아니라 실전이다 


연습한 보람 자세는 안정적 

실전엔 약함 

열심히 돌을 날렸으나 

키워낸 돌들이 퐁당퐁당 웃었다  

물수제비 빵점


슬슬 배가 고팠다 

옆집 여자가 준 땅콩을 오독오독 씹었다 

무너졌던 이가 성성해졌다 

여자가 키워낸 땅콩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물수제비 뜨기 고수가 나타났다

돌이 공처럼 통통통 튀었다  

고수에게 손을 번쩍 부릅떴다  

 

저를 키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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