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다
할머니, 지팡이요
손을 놨다 하면 잊어버려
제가 보고 있었어요
고맙네
자네나 만나고 그랑께
마음이 움직이지
닭이 생기려면 달걀이 필요할까 닭이 필요할까
당연히 달걀이 필요하지
지나가다 들린 말이 전부인 날
이야기를 계속 지어내는 소녀는 소년을 등장시키고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누구도 나보다 늙어 보이지 않는다
진심을 속였던 사람들은 과거가 되지 않고
사과를 품은 채 늙어간다
길모퉁이에 숨어 있던 중학생들이
내가 자기 친구인 줄 알고 놀라게 하려다
자신들이 더 까무러치게 놀란다
놀이터에는 아이들은 없고
모래는 반짝인다
집보다 따뜻한 모래
움푹 파인 아이들의 발자국을
등으로 옮겨 놓고 싶었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가
자기 그림자를 한 움큼 쥐어보더니
모래를 놓치며 깜짝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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