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 줍기
엄마는 훨훨 날아다니니까 나비
아빠는 쉬고 싶으니까 돌
유언으로 태어날 말을
오늘도 적어둔다
한낮에 발치로 살구가 굴러왔다
밟을 뻔했는데 살구에서 잘 익은 살구빛이 나왔다
그냥 둘 수 없어서 주워 먹었다
살구를 주우면서
너에게는 줄 수 없는 살구다 생각한다
너에게 줄 수 있는 살구가
어딘가 조용히 살고 있는 게 상상된다
살구가 없는 곳 멀리까지
살구를 찾으러 간다
살구를 다시 떨어뜨릴 수 없어서
이 주머니에도 저 주머니에도 살구다
뚫린 주머니처럼 살구가 계속 들어갔다
그냥 둘 수 없어 자꾸 주웠다
줍는 동안에도 살구가 떨어졌다
흠집 없는 살구는 없었다
오늘까지만 먹을 수 있는 살구였다
흠집이 있어도 잘 익은 살구였다
엄마 아빠는 맛있게 드신다
환한 살구의 시간
내가 내가 맞는지 의심이 되었다
살구가 주머니에 남아 있어서 믿었다
환한 맛이 나니까
나는 살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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