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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Mar 13. 2024

살구 줍기

살구 줍기 



엄마는 훨훨 날아다니니까 나비

아빠는 쉬고 싶으니까 돌 


유언으로 태어날 말을 

오늘도 적어둔다 


한낮에 발치로 살구가 굴러왔다

밟을 뻔했는데 살구에서 잘 익은 살구빛이 나왔다

그냥 둘 수 없어서 주워 먹었다 


살구를 주우면서 

너에게는 줄 수 없는 살구다 생각한다


너에게 줄 수 있는 살구가

어딘가 조용히 살고 있는 게 상상된다


살구가 없는 곳 멀리까지

살구를 찾으러 간다


살구를 다시 떨어뜨릴 수 없어서 

이 주머니에도 저 주머니에도 살구다


뚫린 주머니처럼 살구가 계속 들어갔다  

그냥 둘 수 없어 자꾸 주웠다 


줍는 동안에도 살구가 떨어졌다 

흠집 없는 살구는 없었다 

오늘까지만 먹을 수 있는 살구였다 


흠집이 있어도 잘 익은 살구였다 

엄마 아빠는 맛있게 드신다


환한 살구의 시간   

내가 내가 맞는지 의심이 되었다 

살구가 주머니에 남아 있어서 믿었다


환한 맛이 나니까 

나는 살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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