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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Mar 20. 2024

지나가다

지나가다


할머니, 지팡이요 

손을 놨다 하면 잊어버려

제가 보고 있었어요

고맙네


자네나 만나고 그랑께 

마음이 움직이지 


닭이 생기려면 달걀이 필요할까 닭이 필요할까

당연히 달걀이 필요하지 


지나가다 들린 말이 전부인 날


이야기를 계속 지어내는 소녀는 소년을 등장시키고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누구도 나보다 늙어 보이지 않는다


진심을 속였던 사람들은 과거가 되지 않고

사과를 품은 채 늙어간다 


길모퉁이에 숨어 있던 중학생들이 

내가 자기 친구인 줄 알고 놀라게 하려다

자신들이 더 까무러치게 놀란다 


놀이터에는 아이들은 없고 

모래는 반짝인다   

집보다 따뜻한 모래

움푹 파인 아이들의 발자국을 

등으로 옮겨 놓고 싶었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가 

자기 그림자를 한 움큼 쥐어보더니 

모래를 놓치며 깜짝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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