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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Mar 27. 2024

김밥이야기

김밥이야기 


김밥집 이름이 김밥이야기 

김밥과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숱 없는 긴 머리카락을 높이 추켜 올려 묶은  늙은 여자가 들어왔다

엄마는 어릴 때 숱 없는 머리를 저렇게 묶어주었다

   

머리를 얼마나 세게 묶었는지 늙은 여자는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늙은 여자가 어릴 때 늙은 여자의 엄마는 머리를 저렇게 묶어주었을까


늙은 여자는 어묵 빼고 야채를 더 넣어달라고 말했다

참치김밥은 짰다 어묵 빠진 늙은 여자의 김밥은 어떨까 


김밥을 다 먹은 늙은 여자는 

김밥집에 걸려있는 작은 액자에 휴대폰을 들이댔다 

나도, 늙은 여자도, 김밥을 말던 주인도 늙은 여자를 보았다


바빠서 미술관에 못 가니까 그림이 보이면 사진을 찍어요

미술관이 따로 없어요


주인아주머니는 상냥하게 그럼, 그럼 했다


내가 계산을 하고 나갈 때까지 

늙은 여자는 진지하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유채꽃 가득한 바다, 조랑말과 웃는 아이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걸으니

혼자 걷고 있다는 걸 잊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아이가 인사를 한다

반갑게 양손을 흔들었다 

꼭 아는 아이 같다 

가는 곳이 꼭 약속장소인 듯 


김밥집 이름이 김밥이야기였다

김밥도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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