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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Mar 28. 2024

마중

마중   



마늘 순은 그만큼 흔들리고

자두나무는 그만큼 흔들리고

나도 그만큼만 흔들린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개나리가 앞장서서 길 안내를 한다  

떨어진 동백은 

한 번 더 툭 툭 날개를 턴다   

붉은 꽃잎이 자욱하다 

  

나는 나를 버려도 된다

남이 나를 자꾸 데려다 놓는다


마음을 살려내고 다듬어서  

나는 내 앞에 괜찮아져서 나타났다  


나는 꿈을 잊고 잠들어도 된다

남이 꿈을 기억하고 깨워준다 

나는 나를 믿고 맡기면 된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뜨니 

따뜻한 커피가 앞에 있다

목에 두를 부드러운 머플러도   


창을 여니 비가 비를 보인다 

연두 새순이 비 따라 

따라 따라 춤을 추고

다가오는 점심은 봄소풍 


나는 나를 봄에게 배웅하고

봄을 마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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