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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니

by 고라니

틀니



나는 파란 집에 산다

집안에는 물이 차있다

물속에서는 가만히 있고

물 밖에서는 매일 부딪친다

부딪치는 게 늘 어색하다

누군가의 본뜬 삶을

대신 살고 있는 것 같다

틀이 있으니 산다

틀 없이 사는 삶이 있나 궁금하다

틀은 날카롭고 이질적이다

조였던 삶이 맞는 느낌 없이

바로 헐거워져 버린다

틀어지고 빠진다

움직임에 내 의지가 없다

만들어진 채로 산다

돌에는 이끼가 살지만

내 몸에는 아무것도 살 수 없다

낙엽은 썩어서 흙으로 돌아가지만

나는 썩는지 모르겠다

부딪치지 않을 때는

가라앉아 있지만

억누르지 않고

떠오르고 싶다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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