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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Jun 21. 2024

수국에게

수국에게 




먹다 둔 빵에서 나는 나무 냄새

땅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를 주워 먹다가 그만

수국이 되었네요

수국은 난생처음인데요


너나 나나 

수국 된 사연은 다르지만 

아주 다르지는 않게 


너나 나나 

피어나 피어나


꽃으로 장식한 공기의 가벼운 짐보따리

머리에 이고

둥글둥글합니다


모난 곳 없어도 살기 좋은 수국 둥그람한 숲

숭덩숭덩 걷다 보면 절로 떨어지는 무릎 딱지 


사랑하는 게 

그녀인지 그인지 헷갈려

수국을 눈덩이 마냥 자꾸 굴려봅니다 


그가 그녀

그녀가 그

그게 그거 


덩야 덩야

덩실 덩실

덩 덩 덩


보다 보면 질릴 법도 한데 

제 박자에 울기도 잘하네요 


뻐꾹 수국 뻑뻑꾹 수국 

뻐꾹 수국 뻑뻑꾹 수국


내일은 국수입니다

제발 내일 일은 내일

오늘은 수국 짓에 집중합시다


여름 내내 

수수국 수국 

수국 수수국

울고 싶습니다  


꽃보따리 머리에 이고

사랑 좀 예쁨 좀 받겠습니다


댕댕 꼬리 치다

우와 

한 방에 붕실 떠오르는 

봉긋한 작은 언덕 


너나 나나

피어나 피어나


여름에 줄줄 흘리는 땀은 

사실

눈물이라는 거 수국은 다 압니다


어딜 가더라도 

수국이 보이면


수국에게 

수군수군 

들릴 듯 말 듯

편지 보내요


기대세요

기대세요 

기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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