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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May 29. 2024

커트

커트




더 이상 걸을 수 없자 미용실이 있었다 문을 여니 미용사는 자다가 걸린 사람처럼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미용사 가방에는 담배가 곧 빠져나오려고 성질 급한 모양새로 나와 있었다 낮은 굽 흰색 구두 발톱에 붙어있는 반짝이는 플라스틱 조각들 미니스커트 핑크재킷 나보다 더 어린아이 손 같은 손으로 끝없이 숱을 쳤다 새처럼 가벼워지는 것이라 상상했다 자신도 이렇게 오래 커트해 본 적은 처음이라며 계속 숱을 쳤다 보기보다 숱이 많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실수를 감추기는커녕 왼쪽은 커트 스타일 오른쪽은 단발 스타일로 잘랐다며 솔직하게 당황했다 이제 다 됐다며 드라이를 했다 드라이를 하고 또 숱을 쳤다 3시간이 지나있었다 낮이었는데 해가 뉘엿뉘엿했다 나 외에 손님이 없었다 어깨도 저리고 배도 고팠다 미안해지기도 했다 그제야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는지 마무리되었다 조화 해바라기가 곳곳에 놓여있었다 거울에 비친 내 머리는 어딘가 모르게 조화를 닮았다 오래오래 어색하게 시들지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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