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애인
꿈속 나의 애인은
동굴이 되는 중이다
아구찜을 쏘겠다고 하니
시간이 난다고 했다
그는 입을 열어 아구를 넣을 때
선뜻 언뜻 속내를 보인다
한 방울씩
똑
똑
말을 떨구며 나를 파고든다
꿈속 애인을 탐사하며
석순이 자라듯 호시탐탐 웃는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꿈속 애인은 내게 고백한다
동굴 바닥에서 내 키만큼 자라난
그녀는 하얗고, 엉뚱하고, 귀엽다
나는 안 하얗고, 뚱엉하고, 엽귀다
담배 한 대 필게요
눈동자에 피어오른 안개
나를 마중 나온 우산이끼
그가 나를 데려다주면서
동굴을 뿜어낸다
입구가 뻥 뚫린 어둠을 가리켜
집이라 했다
측은해하는 표정을 받으니
나약한 짐승이 된 것 같다
집에 들어가서 어어 우우 해보았다
어둠이 밤새도록 울려댔다
꿈속 애인을 파고들면 들수록
더 깊고 어두운 동굴을 예감했다
그 밤에
헌 옷을 다 모아서
나를 틀어막았다
꿈속 애인을 버릴 각오로
헌 옷 수거함을 찾아다녔다
버려드릴까요
꿈속 애인이 묻자,
꿈속 애인의 트렁크에
헌 옷을 와르르 쏟았다
선물이라도 되는 마냥
꿈속 애인은
차를 몰고 가던 중에 동굴이 되었다
꿈속에서는 뭐든지 가능해
동굴 애인을 하나 만들었다
동굴 애인을 만날 때면
우산이끼가 알아서 마중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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