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을 더 이상 구독하지 않고,
새 글 알림도 받아볼 수 없습니다.
선암사
나무 잎사귀가 트여 물소리에 귀 기울이니
나무 전체가 물 쪽으로 과감하게 기운다
진달래는 물소리를 가깝게 듣겠다고 한 번에
진다
네 쪽으로 무너지기만 했던 기울기도
오늘은 일으킬 수 있다
소원을 물에게는 말한다
물속에서 듣는 돌 하나
집에 가져가려고 건졌더니
돌은 비밀 쪽지를 품은 채 젖어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진달래는
진다
돌이 물에게 전달
물이 나에게 전달
나에게 돌의 쪽지가 도착했다
물이 좋아요
돌의 마음을 듣고
나의 쪽지는 너에게
우회하고 우회한다
물속에 돌을 놓고
진달래는 더 지고 벚꽃은 더 피고
웅크린 잎사귀는 열린다
봄을 고백하는 소리
물이 흘린다
머무르고 싶어 머무르지 못하는
나약한 움직임을 돌에게 들키면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