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터스텔라를 처음부터 다시 키우는 커피 집
오전 설거지를 하면서
투명 컵으로 오후를 비추어 보는 일
지나가는 사람을 보는 일
안과 밖에 마음을 같이 두는 일
지나가는 비를 보는 일
지나가는 고양이를 보는 일
지나가는 빛을 보는 일
지나가던 사람이
들어오는 사람이 되는 일
그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일
산미가 뒤에 있고
고소함이 먼저 와요
얘네들도 자기를 잃어가니까
목적 있는 공정을 거치면 명확해져요
그런데 명확한 건 오래 못 가더라고요
기본이 제일 좋은 거 같아요
기본은 오래가지만 잃어가는 일
눈 내리는 풍경을 사진으로 보는 일
잔잔하게 일렁이는 눈송이 식탁보
응시가 지나가는 하루가 되고
5분만 잘게
머리가 저 아래에 가 있어
앉은 채로 몸을 기역자로 기울여
귀를 의자에 붙이는 손님
내가 혼자 말하고 있자
대답을 찾는 사람처럼 수첩을 뒤적이는 일
몬터스텔라를 처음부터 다시 키우기로 한 일
뭉툭한 자리를 지나가는 일
안녕. 또 만나. 안녕. 또 만나.
속도로 벚꽃 잎이 떨어지는 일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속도로 벚꽃 잎이 떨어지는 일
무수하게 날리다 쌓이는 인사들
벚꽃 잎 한 장 내게 떨어지면 기쁠 텐데
기대하는 일
그가 준 노트를 집에 와서 꺼내 보는 일
떠날 생각 없이 잠시 주저앉은 봄의 일
발자국 안에 벚꽃 잎이 가만 들어가 머무는 일
몬터스텔라를 처음부터 다시 키우는 뭉툭한 자리
죽는 건 아닐까 걱정하다가도
돋겠지
봄인데
안도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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