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너희 아닌 공기의 일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싸늘해져
망토를 여몄다
너희 아닌 식탁의 일이었다
포크와 나이프는 냅킨 속으로
날카로운 가장자리를 숨겼다
너희 아닌 마룻바닥의 일이었다
한 발 더 내디디지 못하게
틈새마다 삐걱댔다
너희 아닌 치맛자락의 일이었다
반기는 데 익숙한 주름을 접기 바빴다
너희 아닌 피아노의 일이었다
흰건반 검은건반 눈치 보느라
먼저 소리 내지 않았다
너희 아닌 벽의 일이었다
사방 꽃무늬가 어지럽도록 울렁거렸다
너희 아닌 의자의 일이었다
등을 돌린 채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너희 아닌 집의 일이었다
나가는 문을 계속 열어두었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너희 아닌 모든 것의 일
너희 아닌 나의 일
외투는 벗을 수 없는 옷이 되었고
가방은 어디에도 놓지 못했다
모자 역시 제자리만 맴돌았다
뒤축 닳은 구두만 기다려주었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