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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May 14. 2024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너희 아닌 공기의 일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싸늘해져

망토를 여몄다 


너희 아닌 식탁의 일이었다 

포크와 나이프는 냅킨 속으로 

날카로운 가장자리를 숨겼다 


너희 아닌 마룻바닥의 일이었다

한 발 더 내디디지 못하게 

틈새마다 삐걱댔다 


너희 아닌 치맛자락의 일이었다 

반기는 데 익숙한 주름을 접기 바빴다 


너희 아닌 피아노의 일이었다

흰건반 검은건반 눈치 보느라

먼저 소리 내지 않았다


너희 아닌 벽의 일이었다

사방 꽃무늬가 어지럽도록 울렁거렸다 


너희 아닌 의자의 일이었다 

등을 돌린 채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너희 아닌 집의 일이었다

나가는 문을 계속 열어두었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너희 아닌 모든 것의 일

너희 아닌 나의 일


외투는 벗을 수 없는 옷이 되었고 

가방은 어디에도 놓지 못했다 

모자 역시 제자리만 맴돌았다 

뒤축 닳은 구두만 기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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