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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May 15. 2024

선암사

선암사




나무 잎사귀가 트여 물소리에 귀 기울이니

나무 전체가 물 쪽으로 과감하게 기운다


진달래는 물소리를 가깝게 듣겠다고 한 번에 

진다


네 쪽으로 무너지기만 했던 기울기도

오늘은 일으킬 수 있다


소원을 물에게는 말한다

물속에서 듣는 돌 하나

집에 가져가려고 건졌더니

돌은 비밀 쪽지를 품은 채 젖어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진달래는 

진다


돌이 물에게 전달

물이 나에게 전달


나에게 돌의 쪽지가 도착했다 

물이 좋아요


돌의 마음을 듣고 

나의 쪽지는 너에게

우회하고 우회한다


물속에 돌을 놓고 

진달래는 더 지고 벚꽃은 더 피고 

웅크린 잎사귀는 열린다

 

봄을 고백하는 소리 

물이 흘린다


머무르고 싶어 머무르지 못하는

나약한 움직임을 돌에게 들키면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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