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라니 May 23. 2024

이명

이명




풀벌레가 우는 들판 

쉼 없이 돌아가는 복사기

잠들지 않는 대형 벌 한 마리

떠나지는 않고 계속 시동만 거는 버스 


나에게만 들리는 환시  

헛소리라 쳐도 없다고는 볼 수 없지 않나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이명 풍경이 있지 않나


잠들지 않는 날개를 가진 벌 한 마리 

풀벌레의 겨드랑이를 복사해 다리에 매달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시동만 걸고 있는 버스 바퀴에 걸터앉는다 


이명과의 대화를 다각도로 믿기로 한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이명이 나에게 손 내밀었고

이명은 단지 이명의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불면이 지칠 때까지 이명을 겪다가 

이명이 잠드는 소리에  

깊숙한 뿌리까지 깊이 잠든 소나무 


이명 없는 세상은 꿈속 밖에 없다

꿈은 이명이 꿈꾸는 다른 꿈일지도

  

이명은 소나무가 깨기를 기다리다가 늦잠을 잔다

소나무는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직 오지 않은 이명이 밝아온다  


이전 16화 선암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