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는 찾아오지 않았다 ㅣ똑순애
어느덧 봄이 돌아온 것 같다
제비 두 마리가 찾아와서
처마 밑에서 쪼잘쪼잘 얘기를 나눈다
잠이 되었다
제비가 잠을 자는 줄 알았는데
제비는 낮에 벌레를 잡아먹고
밤에는 똥을 많이 싸 놨다
그 뒷날
제비가 처마에 앉아 있는데
제비야, 주인이 몸이 너무 아파서
네 똥을 치울라 하니 힘이 든다
딴 곳에 가서 집 짓고
그 집에 가서 똥도 싸고 잘 살아라
그 뒷날부터
진짜 제비가 오지 않았다
내 말을 알아듣고 안 오나
너무 신기했다
잠시 생각하던 똑순애는 첫 행 "봄이 돌아왔다"를 "돌아온 것 같다"로 바꾸겠다 한다. 급한덕은 똑순애 제비 시를 들은 후 말한다.
"제비고 뭣이고 왔다가 안 오면 섭섭해. 마음이 신기한 게 아니라 서운했다고 해야지."
똑순애와 요괴딸은 급한덕의 말을 듣고 멍... 맞는 말인데 뭘 또 그렇게까지.
요괴딸은 똑순애가 그린 제비 그림을 보고 좀 더 크게 그리지. 했더니 급한덕이 나선다.
"제비가 작은데 뭘 크게 그려!"
똑순애 이어받는다.
"제비는 째만해. 이것도 커."
제비 크게 그리라고 한 마디 했다가 순한커플 크게 노하심. 요괴딸이 한참 잘못했다. 똑순애가 그린 제비 꼬리는 디테일이 살아있다. 순한커플은 다른 새들에 비해 제비에 대해서는 호의적이다. 제비는 급한덕이 애써 키운 곡식을 먹지 않기 때문. 참새와 비둘기는 깨를 호시탐탐 노리는데 제비는 벌레만 먹는다 한다.
"제비는 작고 빤질빤질하니 얼마나 이쁘게 생겼는지 몰러."순한 커플은 제비의 생김새에도 감탄한다.
봄쑥에 대해 하겠습니다 ㅣ급한덕
쑥을 캐러 가서 드문드문 난 쑥을
캐고 있는데 할머니가 오시더니
같이 캐면 안 됩니까
하여 제가 캔 쑥을 반절 주었습니다
할머니는 너무 고맙다고 하시며
쑥국을 잘 끓여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잡수세요
했습니다
급한덕은 오후에 혼자 산으로 쑥 캐러 간 일을 시로 썼다.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쑥도 절만을 주었다는 게 흥미로웠다. 급한덕에게 그 상황을 자세히 물었더니, 급한덕 눈을 잽싸게 피하며 얼버무려 버린다. 할머니한테 쑥을 줘서 급한덕이 쑥을 많이 못 캤구나. 요괴딸이 대화를 풀어가는데 답답하다는 듯 똑순애의 외침.
"거짓말이여! 산에 할머니가 어딨어. 쑥 힘들게 캐서 줄 사람이 아니야."
급한덕 조용하다. 수상하다.
요괴딸 : 진짜야? 할머니 이야기 지어낸 거야?
급한덕 : (고개만 끄덕끄덕) 쓸 말이 있어야지. 지어서 썼지.
요괴딸 : 처음부터 지어서 쓰려고 했어?
급한덕 : 아니. 쓰다 보니. 저 쪽에서 쑥 캐던 할머니가 생각나서 지었어.
요괴딸 : 우와. 대단하다. 급한덕. 진짜 창작을 했네.
급한덕이 쑥 캐는 할머니를 쑤욱 시 속으로 데리고 들어 온 게 놀랍고 뭣 보다 생색내기 좋아하는 심성 (나 할머니한테 쑥도 주는 착한덕이에요.)을 담아낸 것도 흥미롭다.
급한덕 : 아랫장에 가서 무얼 쓸지 생각하면서 돌아다녀야겠어.
오늘도 시 쓰고 읽으며 셋이 깔깔댔다. 쑥 캐는 할머니에게 쑥을 절반 주지는 않았지만, 할머니가 있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