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반전.
급한덕은 정말이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급한덕의 시 '봄쑥에 대해 하겠습니다'에서 이미 지어낸 이야기를 경험한 터여서 이번 시도 꾸며냈다는 느낌을 단번에 받았다. 정말 저렇게 이상한 사람이 있었다면 급한덕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참지 못하고 화를 터뜨렸을 것이다.
순천 아랫장 ㅣ 급한덕
아랫장에 가서 국밥을 먹으려고
앉아 있었는데 옆자리
앉은 사람이 자꾸 말을 걸어서
코로나 관계로 하지 마세요
하였더니 무어라고 반말을 하여
왜 반말로 하십니까
소리를 치며 지랄하여
국밥도 못 먹고 그 사람을 피해
나왔습니다
정말 이상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또 거짓말로 썼지? 시는 진심을 담아서 써야지."
"말이 안 되는데 꾸며서 써야지."
급한덕은 시에 흥미로운 사건이 일어나야 말이 된다고 여겼다. 급한덕의 레퍼토리 '말이 안 된다.'에는 맞춤법을 몰라 생기는 곤란함 뿐만 아니라, 시 속에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밋밋한 느낌도 포함하고 있는 말이었다.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지어내는 급한덕 시. 거짓이냐. 진실이냐. 밝혀내기에만 급급했는데 급한덕의 시를 다시 읽어보니, 코로나로 인해 타인에게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불안감이 읽혔다.
되감기와 PLAY
며칠 전 아침, 똑순애가 요괴딸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어젯밤에 잠이 안 오대. 나는 아빠 없는 고달픈 인생을 살았구나."
똑순애 입에서 나온 아빠라는 말은 좀 낯설었다. 똑순애가 칠십 년을 살아오는 동안 한 순간도 아빠가 없었다는 것은 슬픔이라기보다 미지의 영역에 가까웠다.
"아빠가 있었다면 다르게 살았을 거야."
"어떻게?"
"다르게..."
똑순애가 태어나고 얼마 안 있어 똑순애의 아빠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똑순애는 아빠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똑순애 아빠가 있었다면... 초등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똑순애가 제일 부러워하는 동창회도 나갈 수 있었을지 모른다. 아빠와의 추억도 요괴딸에게 들려줄 수 있었겠지.
삶을 되감기 할 때가 있다. 요괴딸은 과거 현재 미래 중 늘 과거에 애착을 가지며 살았다. 미래는 어차피 알 수 없고, 현재와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다. 과거는 이야기로 줄줄 꿰어져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쳐다보고 있기 좋았다. 과거 중 유독 보고 싶지 않아 건너뛰게 되는 구간이 있다. 스킵하던 그 구간을 요즘은 일시정지한다. 못난 과거를 보면서 미래의 시간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묻는다.
순한커플과 같이 살면서부터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있다. 시간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되는데 "지금 이 순간을 미래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기억될까." 질문하여 미래에 잠시 다녀오기도 한다. 나중에 순한커플이 없을 때 함께 살았던 이 시간을 되감기 해 볼 때가 분명히 올 것이다. 즐겁고 귀여울 수 있도록 순간순간 기쁘고 즐거운 아이디어를 낸다.
그리운 아빠 ㅣ 똑순애
"그리운 아빠...라고 해야겠지."
똑순애는 제목 앞에서 망설인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