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걱정이 많은 편?

입원 하루 전

by 고라니

저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걱정만큼은 미리미리 사서 하는 사람인대요. 오늘은 걱정을 좀 팔아보려고요. 글을 쓰다 보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다가 쓸데없는 걱정이 어이없이 가벼워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믿고 무작정 글을 써봅니다. 당신도 타인에게 털어놓기 힘든 걱정이 있다면 글을 써보면 어때요?



땅 위로 불뚝 튀어나온 나무뿌리를 볼 때면 마음이 쓰이고 시선이 머물렀다. 기형적으로 뒤틀어진 뿌리를 흙으로 덮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나무가 추울 것 같고 괜히 오래 못 살 것 같은 측은함도 생겨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이상했다. 나무뿌리에 과하게 감정이입이 되는 이유를 알지 못했는데 엄마 손이 꼭 그랬다.


엄마는 동생네 오면 소파에 모로 누워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한다. 티브이를 보면서 잠이 들기도 하고 다시 깨어 티브이를 본다. 밥때를 제외하고는 소파와 한 몸이다. 편안해 보여 마음이 놓인다. 순천 집 큰 방에 누워있을 때는 환자 같은데 동생네 소파에 그러고 있으면 졸음이 쏟아져 나른나른한 고양이 같다. 엄마는 여기서 잠도 더 잘 잔다.


내일, 엄마는 입원 예정이다. 입원해서 심장 압력 검사를 받게 된다. 다른 때는 외래진료 후 약 타서 바로 다음날 순천으로 내려갔는데, 이번에는 좀 더 머물러야 한다.


엄마는 온몸과 장기가 단단하게 굳어가는 희귀성 난치병인 전신경화증을 아주 오랜 시간 겪어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라 치료도 어렵다. 진단 당시 폐에 섬유화가 진행된 상태였다. 경화증으로 인해 엄마 손마디의 주름과 지문은 사라졌다. 손이 굽은 채 딱딱하게 굳어버려 젓가락 사용도 못한다. 엄마는 포크를 겨우 쥐고 밥을 먹는다. 혈액이 손끝까지 돌지 않아 손가락, 발가락 끝은 염증으로 곪아있다. 통증이 심해서 엄마는 차라리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수시로 소독을 하고 후시딘을 챙겨 바른다.


작년 여름부터 엄마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쉽게 숨이 차고, 경사가 완만한 오르막도 걷기 힘들어한다. 폐기능도 떨어져서 기침도 잦고 숨 쉴 때마다 거친 쇳소리가 나기도 한다. 이제는 동네 식당에 외식 한 번 하기도 힘겨워졌다.


문제는 내가 유약하다는 것. 엄마 보호자이지만 내가 더 휘청이고 불안해한다. 엄마가 새벽에 기침을 심하게 할 때면 너무도 쉽게 죽음에 이른다. 앰뷸런스가 와서 엄마를 싣고 가는 소리를 듣는다. 엄마 없이 홀로 살아가게 되고 지금과 달리 내가 편안할까 봐 죄스럽다. 나는 나를 괴롭힌다.


멈춰. 일어나지 않은 일이야.


오늘은 여기 있지만, 내일은 병원에 있게 된다.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지. 수백 번 다짐해도 되지 않는다.

지나갈 거야.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2월의 희망도서를 신청하면 어때?


1. 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서정/ 난다

2. 시차노트 /김선오/ 문학동네


세 권까지 신청할 수 있지만 한 권은 남겨두자. 아직 2월이 많이 남았으니까. 궁금해하자. 어떤 책이 희망이 될지. 망설이다가 방금 걸려온 큰 이모의 전화를 받았다.


"야물게 깨끗하게 낫어 갔고 와!"

"응! 그럴게."


큰 이모 전화받길 잘했다.

입춘이 지났다. 이제 봄으로 가볼까.

나른나른한 고양이 곁에 가만가만 있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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