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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씨아저씨 Sep 23. 2022

서울 생물 다양성 탐사

2022. 9.17

<2022 바이오블리츠 서울>


서울 생물 다양성 탐사에 탐조인과 함께 참가하고 왔습니다. 전날부터 내린 비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아침부터는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오전까지 비 소식에 있어서 혹시 몰라 가지고 갔던 우산은 하루 종일 지팡이로 사용했더랬지요. 


단체티로 갈아입고 포즈도 한번 취했습니다. 티셔츠 컬러 때문에 임영웅 님 팬클럽인 줄 아시는 분들도...


탐조인과 아버지(나)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 함께 살고 있는 새를 비롯하여 식물, 곤충, 포유류, 어류 등 다양한 생물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고 싶은 마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생태계는 다 연결되어있으니까요. 


아이들을 위해서 부모가 희생하는 삶은 절대 살지 말자고 오래전부터 다짐했어요.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를 저도 함께 즐겨보는 방법을 택했죠. 탐조인이 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후에 저도 조금씩 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씀드리면 탐조를 시작한 이후에 제 인생이 달라졌어요. 


네이처링에서 '서울의 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 이진아 선생님께서 오전 탐조 프로그램을 맡아주셨습니다. 평소 무척 만나보고 싶어 하던 분이라 탐조인 기분이가 무척 좋았답니다. 기념촬영까지 할 정도로요. 사진은 초상권 때문에 생략 할게요. 대신 뒷모습으로 만족..


탐조인과 스승님


오전에는 조류반, 오후에는 식물반에 편성되어 열심히 공부하고 관찰하고 왔습니다.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행사라 오전 오후 다른 분야를 선택해야만 했거든요. 그냥 스쳐 지나갔던 우리 주변의 다양한 식물들을 알게 된 게 너무 좋았습니다. 


하천 주변에는 벼과 식물들과 국화과 식물들이 참 많았습니다. 과일나무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서 좋았고 평소 나무에 대해 궁금하던 것들을 전문가 분들께 여쭤볼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양성은 곧 지속 가능성입니다. 


30년 전 생물 시간에 배웠던 먹이 사슬과 생태계의 순환을 피부로 체험하면서 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벌레와 풀들을 새들의 먹이로 생각하면 벌레 하나 풀들 하나 사라지는 것이 결국 새 한종의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훅 와닿습니다. 


불과 20년 전의 새 관련 다큐멘터리 영상들을 찾아보니 원래 도시에 지금처럼 까치가 많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농지가 사라지고 자연이 파괴되며 결국 생존을 위해 까치도 먹이를 찾아 도시로 터전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 


우리가 먹는 식량 품종의 다양성 역시 중요합니다.


지금의 농업은 현대화 되었고 기계화되었으며 지극히 자본 중심적으로 움직입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에서 소품종 대량 생산으로 바뀌었고, 흔히 돈 되는 품종들과 키우기 쉬운 품종들만 살아남아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입니다. 


도시화가 되기 전 우리 주변에 흔했던 수많은 풀들. 식용으로도 쓸 수 있는 수많은 풀들이 지금은 그냥 잡초라는 이름으로 치부되어 없애야 할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죠.



최근 읽은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이라는 책에서 이러한 내용을 보았습니다. 


큰되부리도요는 알래스카와 뉴질랜드 사이(1만 1,500만 킬로가 넘는 거리)를 한 번도 쉬지 않고 이동한다고 합니다. 몸무게가 250g밖에 안 되는 작은 새가 꼬박 일주일 동산 시속 70킬로미터로 난 것입니다. 나침반도 GPS도 지도도 없이 말이죠. 그러나 아직도 몽골의 부족이나 현대화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지역의 유목민들은 나침반과 GPS 없이도 위치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하죠. 


결국 인간에게 원래 존재하던 감각들이 퇴화된 것입니다. 우리는 GPS가 없으면 아무 곳도 찾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하지 않았습니까? 통신이 두절되는 상황속에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요?


지구에서 우리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제 자연과 공존해야 하는 일일 것입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도 많은 생물들이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그것을 지키는 시작인 생물 다양성 탐사는 그래서 더 소중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곤충반, 어류, 포유류 쪽 탐사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최근 서울에서 수달이 관찰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에 오늘도 수달을 보기 위해 포유류 반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낮에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얼굴 팔 목이 시뻘겋게 타는 바람에 홍당무가 되었답니다. 


일 년간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에는 조사팀으로 한번 참가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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