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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나다 이군 Dec 27. 2018

콜드플레이-누구나 한 번은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COLDPLAY 시리즈 #1 - FIX YOU

기억은 아픔도
트라우마도 동반한다.
그리고 추상같던 그 날카로움이
조금씩 서서히 무뎌지면서
어느새 우리는 그것을
추억이라 부른다.


    한 겨울의 추위가 절정을 달리던 일월의 어느 날, 아내가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 앉아서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채 질펀한 눈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아직 저녁 여섯 시도되지 않은 시각이지만 동지 무렵, 캐나다의 겨울밤은 서둘러 왔다가 매우 느긋하게 빠져나간다. 이런 밤은 더욱 무겁다. 와이퍼가 분주하게 주어진 몫의 일을 해내지만 아무래도 힘겨워 보인다.


    이번 주 내내 날씨가 이랬다고 한다. 일주일 동안 창밖을 내다보지 못했다. 이런 궂은 날씨에도 아내는 일주일 내내 아이들 챙겨 학교 보내고는 나에게 들렀다가 일하러 나가고, 다시 퇴근길에 들렀다 돌아가서 아이들 챙긴 후에 죽이라도 쑤어서 병실로 가져오곤 했다. 퇴원하는 지금도 아내가 운전하는 차에 얹혀가고 있다. 설거지가 집사람의 롤이라면 운전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 앞으로 운전이라도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도적같이 몰려온다.



    건널목에서 신호에 걸렸다. 기차가 지나간다. 앞차의 빨간 브레이크 등이 눈 맞은 유리창에 엠보싱처럼 맺힌다. 상황은 매우 안 좋았다. 모든 것이 주저앉아 버리고 어쩌면 이대로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인생을 다시 정리해야 할지도 모르는 극한의 상황이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그때 마법처럼 나를 위로하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순간 뜨겁고 깊은 눈물이 뺨으로 흘러내린다. 어두운 차 안이지만 혹시라도 가족 누가 볼세라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시선은 어두운 차창에 갇혀 그 멀리 벗어나지 못한다.


    누구나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크리스 마틴은 부친상을 당한 전처 기네스 펠트로를 위해 이 곡을 만들었다고 했다. 나 역시 지옥문 앞까지는 갔었던 것 같다. 그렇다. 카론을 만날 뻔했던 것 같다. 아니, 카론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스틱스 강어귀 어디쯤 들렀던 것은 아닐까.  쌓아 온 시간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릴 때, 그때가 그럴 때였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찾아 가족을 이끌고 광야를 나섰던 아브라함처럼 캐나다에 둥지를 튼 지 3 년이 되던 해였다. 안 되는 실력으로 어렵게 컬리지를 졸업하고 취직에 성공했지만 7개월 만에 큰 사고를 당했다. 쟁반 만한 톱날을 지닌 기계에 오른팔이 잘렸다. 다행히 기적처럼 수술이 잘 되어  팔을 다시 쓸 수 있게 되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모든 사람이 팔이 잘려나가는 줄로만 알았다. 회사에서도 창사 이래 처음 벌어진 사고라 많이 당황했다.  


    지금까지 쌓아 온 나와 가족의 모든 인생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절망이었다. 무엇보다도 힘겹게 버텨 온 캐나다에서의 미래가 완전히 불투명해졌다. 그런데 이 절망의 순간에 콜드플레이의 Fix You가 있었고,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걸 잃고 더 이상 나빠질 수 있을까 싶을 때, 빛이 너를 집으로 이끌고, 따뜻하게 너를 감싸면 내가 너의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주겠다'라고 크리스 마틴이 속삭였다. 그것은 정말 큰 위안이고 위로였다.


                                                                                                                       

FIX YOU                           

COLDPLAY

                                                              [노래 들어보기]

When you try your best but you don't succeed
최선을 다했지만 성공을 얻지 못했을 때
When you get what you want but not what you need
원하는 걸 얻었지만 필요한 게 아니었을 때
When you feel so tired but you can't sleep
너무나도 피곤하지만 잠에 들 수 없을 때
Stuck in reverse
모든 게 뒤집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

When the tears come streaming down your face
눈물이 당신의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릴 때
When you lose something you can't replace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걸 잃어버렸을 때
When you love someone but it goes to waste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그것이 버려져야 할 때
Could it be worse?
이 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

Lights will guide you home
빛이 당신을 집으로 이끌고
And ignite your bones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줄 거야
And I will try to fix you
그리고 내가 당신의 힘이 되어 줄게요

And high up above or down below
제대로 취해있거나 우울에 빠져있거나
When you're too in love to let it go
그냥 떠나보낼 수 없는 사랑이 있더라도
But if you never try you'll never know
시도하지 않는다면 결코 알 수 없을 거예요
Just what you're worth
당신의 소중함을 말이죠

Lights will guide you home
빛이 당신을 집으로 이끌고
And ignite your bones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줄 거야
And I will try to fix you
그리고 내가 당신의 힘이 되어 줄게요 

Tears stream down your face
눈물이 당신의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릴 때
I promise you I will learn from my mistakes
나의 많은 실수들로부터 배워나갈 거라 약속할게요
Tears stream down your face
눈물이 당신의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릴 때
And I...
난...

Lights will guide you home
빛이 당신을 집으로 이끌고
And ignite your bones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줄 거야
And I will try to fix you
그리고 내가 당신의 힘이 되어 줄게요




    이전까지 Fix You는 그저 뮤지션들이 위로랍시고 불러대는 여느 감성적인 노래에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 이후 이 노래를 들으면, 자동차 뒷좌석에 얹힌 채로 그 크고 깊은 절망 속에서 몰래 눈물짓던 나의 모습과 하염없이 내리던 일월의 눈과 빨간색 후미등 불빛이 어우러진 상당히 그로데스크 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이 시기에 겪은 내 고난의 시간을 콜드플레이와 함께 견뎌냈다.


    거듭 얘기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이 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주저앉아 울고 싶어 질 때가 있다. 그동안 가꿔왔던 모든 인생의 시간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그러한 경험이 아니다. 그러한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나를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건, 누군가의 작은 속삭임, 작은 위로이다.


    이왕이면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옆에서 같이 울어주고 같이 용기를 내어주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우리 시대에는 콜드플레이의 Fix You가 있기 때문이다.   


 (To be continued)





음악은 이미지다. 음악은 단순히 소리 뿐만 아니라 공감각적 형태의 소스로 저장되었다가 재생될 때 다시 그 공감각적 형태로 기억을 소환한다. 우리는 이름하여 그것을 추억이라 부르고, 나에게 추억은 음악을 틀면 활성화되는 이미지 파일들로 저장되어 있다. '그 남자의 음악다방'에서는 음악에 얽힌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소한 추억의 이미지를 통해 소시민적 삶의 단면을 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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