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는 해기사 자격증을 준비중이다.
배를 운전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여름방학 때 실습선을 타고, 중국과 일본에 갈 예정이다.
실습선의 이름은 '동백호'다.
학교를 졸업하면, 상선을 타고 전세계를 누비고 싶다고 했다.
"항해사가 되면 정말 멋있을 것 같아."
나와 Y의 미래에 우리가 함께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나는 이민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다.
IELTS 공부를 하고, 이민 서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졸업증명서, 경력증명서도 준비하고, 자격증도 잘 모아두었다.
마음은 급하지만 서두르지 않기로 한다.
실수없이 한번에 심사에 통과해야 한다.
항해실습을 가기 전 Y가 왔다.
우리는 헤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 헤어질 것이라는 걸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안다.
그 때가 언제일지는 하늘만 알 것이다.
"잘 다녀와. 멀미하지 말고."
"걱정마. 항해중이라 연락은 안 될거야. 돌아오면 연락할게."
그렇게 우리는 또 다시 멀어졌고..
얼마 후.
장마가 끝나고 뜨거운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계속 되는 무더위에 연일 폭염특보가 발표되고 있었다.
나는 며칠째 속이 좋지 않다.
약국에 들러 소화제를 사서 먹었다.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했는데, 괜찮지가 않다.
달력을 본다.
!!!!!!!!!!!!!!!
설마.....
심장박동수가 빨라졌다.
퇴근길에 약국에 다시 들렀다.
다음 날 아침, 첫소변에 임신테스트 검사를 했다.
아니길 바라며 질끈 감았던 눈을 뜬다.
선명한 두줄이다.
머리 속이 하얘진다.
Y는 항해중이라 연락이 되지 않는다.
병원에 가봐야 한다. 검사가 잘못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고 했다.
Y에게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그냥 말하지 말까.
더부룩한 속과 복잡한 머리속.
침착해야 해. 이 사태를 잘 정리해야 한다.
일단 마음을 추스리고 출근을 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우선 병원부터 가보려고 근처 산부인과를 알아봤다.
생리통이 너무 심하고, 주기가 일정하지 않아서 가봤던 산부인과. 어쩐지 너무 어색하고 불편한 마음이 든다.
근무중에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왔다. Y다!
"중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가는 중이라 남해안을 지나고 있어. 그래서 전화통신이 잡히네. 별일없지?"
"..........별일...있어."
Y는 별일이라는 단어에 바로 직감을 했다고 한다.
"병원에 가봤어?"
"오늘 가보려던 참이야."
"걱정마, 내가 다 책임질게. 항해 끝나면 바로 갈게. 걱정마. 몸 잘 챙겨. 내가 다 알아서 할게. 걱정하지말고 있어."
Y는 씩씩한 목소리로 세번이나 걱정말라고 했다.
그가 얼마나 놀랐을지 나도 안다.
내가 그의 얘기에 얼마나 안도했는지 그는 몰랐을 것이다.
중국 청도에서 신나게 즐겼던 것과 반대로
Y는 일본항해를 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고 한다. 그래서 오사카와 히로시마에 정박해 있는 동안 제대로 관광도 할 수 없었다.
그 날 산부인과에 가서 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소리를 들었다.
콩알만큼이나 작은 아이의 커다란 심장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