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Y가 얘기한다.
"우리 궁합 보러 가자."
토속신앙을 굳게 믿는 시어머니께서 궁합을 볼 거니까 우리가 먼저 보고, 대책을 세우자는 거였다.
어차피 우리는 헤어질 수 없게 되었지만, 안 좋은 궁합이라면 또 어떤 국면을 맞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점집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그중 한 곳에 들어갔다. 허름한 가정집 같은 곳이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 화려하게 차려진 제단과 소품들이 눈을 어지럽힌다.
신점을 보는 점술가였다.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니던 나는 점집이 처음이었다.
미신은 다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하던 나였다.
생년월일 생시를 얘기하니 쌀알을 던지고는 방울을 흔든다.
뭔가 이상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Y가 옆에 있으니 괜찮았다.
"음... 오빠는 역마살이 있네. 살이 세 개나 있어. 어디 계속 돌아다닐 거고, 언니는 이별수가 있어. 둘 다 혼자 살 팔자인데..."
"저희 아이가 생겨서 결혼할 건데요."
또다시 방울을 흔든다.
"음.. 결혼해도 둘이 같이는 못 살아. 계속 떨어져 있어."
"............"
"이 궁합은 좋지도 나쁘지만도 않은 궁합이야."
복채를 주고 나오는데, 뭔가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Y는 자신의 역마살을 알고 있었다.
나는 나에게 이별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래서였을까.
우리는 늘 잠깐 만나고 계속 헤어져야만 했다.
우리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가 호주에 갔고, 내가 귀국하자 Y가 캐나다에 갔고, Y가 귀국하기 전 내가 서울에 올라갔고, Y는 여수로 내려갔다.
우리가 만난 지 햇수로는 3년이지만, 만난 날로 따지자면 6개월도 안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정말 같이 못 사는 걸까.
사주라는 정해진 팔자가 있다면, 운명은 내가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선택한 사람. 내가 선택한 운명. 결국은 내 선택의 결과라고 믿는다.
그러니, 역마살이고 이별수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결혼을 하면, 함께 하는 거라고 난 믿는다. 꼭 같이 살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우리가 만났던 것처럼 함께 이뤄가면 된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 집에서 비슷한 시간에 출근을 하고, 퇴근하고 돌아와 함께 저녁을 먹고, 함께 주말을 보내고, 함께 아이를 키우고.
그게 내가 줄곧 머릿속에 그려왔던 결혼생활이었으니까.
나는 결혼 후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좋지도 나쁘지만도 않다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역마살로 떠도는 Y에게는 이별수를 가진 내가 그나마 가장 나은 배필이고, 또 나는 누구와 살아도 헤어질 팔자라면 그나마 늘 떠돌아다니는 Y가 적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시어머니는 내게 헌 속옷을 보내달라고 요청하셨다.
양가 집을 방문해 가족들을 만난 이후 양가 부모님의 만남까지 금세 이루어졌다.
"둘 사이에 아이가 찾아온 건 하늘이 맺어준 인연입니다."
아빠가 먼저 분위기를 주도했다.
"배불러 오기 전에 얼른 날 잡으셔야죠."
어머니께서 맞장구를 쳤다.
그렇게 나와 Y는 부부의 연을 맺을 준비를 시작했다.
계획하지 않았던 갑작스러운 임신과 결혼이었지만, 마치 처음부터 누군가 계획했던 것처럼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거침없이 진행되었다.
태몽 '동백'이었던 첫째 아이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헤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동백이는 우리의 끊어질 듯한 인연을 탄탄한 운명의 상대로 만들어주었고, 나이, 직업, 지역 등의 여러 장애물을 단 한 번에 넘게 해 준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