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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노트 Oct 02. 2024

장애물 넘기

상견례

Y가 그 날 내게 전화를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누구보다 먼저 Y가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된 것우리의 운명 바꾸고 있다.

Y와 통화 후 믿을 구석이 생긴 언니와 동생에게 임신 사실을 말했고, 언니는 아빠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놀라 충격받을 것이 너무도 자명한 엄마에게는 천천히 말씀드리기로 했다.


"혹시, 남자쪽에서 반대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아빠가 도와줄테니, 아이를 지울 생각은 하지 마라."


아빠의 이 한마디가 내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늘 딸의 선택을 믿어주시던 부모님께 감사하면서 또 실망시켜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아빠는 며칠을 더 기다렸다가 Y의 귀국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 엄마한테 이 사실을 조심스레 알렸고, 엄마는 예상대로 몹시 놀라 며칠을 앓아 누우셨다.


Y는 한국에 오자마자 그 해 결혼이 예정되어 있던, 큰 누나에게 연락을 했다.


"누나, 내가 먼저 결혼해도 돼?"


그리고, Y의 또 다른 누나는 꿈을 꾸다.

"엄마, 나 정말 희한한 꿈을 꿨어.  우리집 베란다로 엄청 하생쥐가 갑자기 확 들어와서 화들짝 놀랐어. 꿈이 너무 선명해."

"그거 태몽인데, 너 사고쳤니?"

"아냐! 혹시 언니 아닐까?"


부지런한 성격과 총명함을 타고난 아이를 상징한다는 흰 쥐 꿈이 우리 사이를 엮어준 첫째 아이의 태몽이었다.


드디어 Y가 항해를 마치고 왔다.

"우리 양가에 인사드리러 가자."


우리는 최대한 빨리 인사를 드리러 갔다.

나는 먼저 몸져 누워 있는 엄마를 나 혼자 만났다.

안방에 옛날 할머니들처럼 머리띠를 하고 누워계셨다.

"엄마, 미안해."

"니가 이럴 줄 몰랐다..아이고."

마는 실망하고 놀란 기색이 역력했음에도, 먹고싶은 게 있냐고 시며 임신한 딸의 입덧을 걱정하셨다.


Y가족을 만날 차례다.

부모님 및 누나들은 내 존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여자친구가 임신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가족들은 나에 대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이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 것을 걱정한 Y는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일단 만나보라고 했다.


두근두근..

드디어 Y집에 발걸음을 내딛었다.

"안녕하세요."

가족들 모두 호기심 어린 얼굴로 날 맞아주었다.

거실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임신중인 걸 다들 알고 있었기에, 몸은 괜찮은지, 회사는 어디 다니고 있는지 간단한 설문조사가 이루어졌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대망의 질문이 아버님으로부터 나왔다.


"띠가 어떻게 돼?"

"말띠에요."

................

순간 정적이 흘렀다..

1초, 2초, 3초.......단 몇 초뿐이었을 그 시간이 마치 몇년처럼 느껴졌다.


"어, 나랑 같은 띠구나. 반갑다."

정적을 깨는 아버님의 한마디에  안도감이 올라욌다.

가족들은 멀쩡 회사 다니는 능력있는(능력있다고 여겨지는) 혼기 가득한 처자가 왜 다섯살이나 어린 대학생인 아들을 만났는지 궁금해했다.

다행히 가족들은 내가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나보다 어린 손위 시누이가 둘이나 되겠지만, 막상 만나고 나니 걱정보다는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Y는 우리집에 왔다.

이미 언니와 동생은 Y를 여러 번 봤던 터라 익숙한 상태였다.

언니와 동생은 미리 엄마와 아빠에게 Y의 듬직함과 사람됨을 얘기해 둔 터였다.


"이건 잘한 것은 아니야."

엄마는 나와 Y를 나무랐지만, 이 한마디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계셨다.

비록 아직은 학생이지만, 분명 크게 될 사람이라고 나는 호언장담했다.

다행히 엄마도 아빠도 막상 Y를 만나고는 그의 서글서글함과 믿음직스러운 모습에 마음이 놓이신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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