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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노트 Nov 21. 2024

어린이집에 보내는 일

모든 게 미안하구나.

집 근처 어린이집에 연락하니 마침 자리가 있었다.

0세 반에 현재 6개월이 조금 넘는 남자아이 한 명이 다니고 있었고, 울 은솔이가 두 번째 원생이 되는 것이다.

원장선생님도 좋으셨고, 무엇보다 아들만 있다던 담임 선생님이 은솔이를 친 딸처럼 잘 챙겨주셨다. 

그때만 해도 무상보육이 아니던 시절이었다. 40만 원가량의 교육비를 내야 했다.


40만 원이 1년 뒤에 38만 원 정도가 되었지만, 여전히 부담되었다. 그래서  은솔이가 세 살, 만 2세 되던 해 학교 부설 어린이집에 3세 반이 생겨서 어린이집을 옮겼다.(학교에서 지원금을 주었기에 저렴한 금액으로 보낼 수 있어서 교직원들이 많이 이용하던 시기였다) 이때 어린이집을 옮기면서 유치원으로 가기 전에 옮길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안타깝게도 은솔이는 그다음 해에 둘째 출산에 맞춰 나와 함께 광주에 내려가면서 세 번째 어린이집으로 옮겼고, 그리고 또 얼마 후 휴직하고 남편이 있는 인천관사에서 지내느라 네 번째 어린이집으로 옮겼다. (은솔이가 네 살, 만 3세가 되면서부터 무상보육이 되었다.) 다시 나의 복직에 맞춰 익숙할 거라 생각해 원래 다니던 학교 부설 어린이집으로 옮겼으나, 1년이 넘는 사이 아이들은 너무 많이 커버렸고, 새롭게 적응을 해야 했다. 은솔이는 낮잠을 자야 하는 어린이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했고, 6세 반이 만들어지지도 않아서 1년 후 결국 집 근처의 유치원으로 옮겨 7세까지 다녔다. 그냥 5세 때 유치원으로 바로 보냈어야 했는데, 나의 생각이 짧았었던 것을 후회한다. 아이가 겪기에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기관을 보낸 것이 나는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한 일로 남는다. 그래서 아이가 다시는 옮겨 다니며 고생하길 원하지 않기에, 우리 집에서 전학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되었다.



아침이면 아이를 세수시키고, 옷을 입히고, 낮에 먹을 이유식을 챙겨 어린이집에 데리고 갔다. 은솔이는 막상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는 신이 나서 들어갔다가도 내가 나오면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 울음소리를 듣고, 발을 떼지 못했다. 한참을 기다려 울음소리가 사그라들고서야 겨우 발을 떼고 출근길에 올랐다. 또 어떤 날은 유난히도 울음을 멈추지 않는 날도 있었는데..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나도 마음으로 눈물을 삼키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어린이집에 가면 몇남지 않은 아이 중에 은솔이가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좀 울었는데, 금방 그치고 잘 놀았어요."

"은솔이 설사를 좀 하는데, 분유를 바꿔보면 좋을 거 같아요."


초보 엄마는 선생님이 수첩에 적어주신 아이에 대한 내용을 열심히 읽고, 육아 팁들을 배워갔다.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서 씻기고. 먹이고, 놀아주고, 잠이 들었다. 쌔근쌔근 잠든 아이는 천사 같았다.


초보엄마는 모든 게 미안했다.

몰라서 미안하고, 좁고 볕도 안 드는 오래된 작은 집도  미안하고, 나 좋자고 데려온 것만 같아 미안했다.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여러 아이들과 있다 보니, 감기에 걸리는 일도 잦았다.



"할머니집에 있었다면 이렇게 일찍 사회생활 안 해도 됐을 텐데, 괜히 데려와서 널 고생시키는 것 같아 미안해."



기침과 콧물이 나고, 열도 있어서 퇴근 후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픽업 후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아이를 차에 태운 후 선생님이 아이 손에 쥐어주신 귤을 까주었다. 아이는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잘도 먹었다. 그러다가 기침을 시작했다.

"콜록콜록.."

기침을 계속하던 아이는 먹던 귤을 모두 게워냈다. 운전을 하고 있던 나는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최대한 빨리 병원에 도착해야 했다.

병원 주차장에 도착하자 주차관리 아저씨가 다가온다.

"병원 오셨어요?"

"네."

뒷좌석의 아이를 보더니 얼른 올라가라며 차키를 받아 드셨다.

나는 아이를 얼른 데리고 2층 진료실로 올라갔다. 진료순서를 기다리며, 아이 얼굴을 씻기고, 옷에 묻은 오물을 닦아주었다.

아이는 엄마의 서툰 손길에도 늘 자신을 온전히 맡긴다.

의심 하나 없이 나를 의지하는 그 작은 아이에게 든든한 엄마가 되고 싶다.

다행히 단순 감기였지만, 또 얼마나 이런 일들이 자주 생길까...



매주 발행해보려고 했으나,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게 쉽지가 않았습니다.

특히 아이에게 못해준 것들만 잔뜩 생각이 나서 힘들기도 했고, 어떻게 써가야 할지 고민고민만 하다가 피일 차 미룬 것이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버렸네요.

부족한 글이지만 항상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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