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수리한 차를 가져왔고 어제는 미장이 아저씨와 석재상 사장님의 도움으로 계단 수리를 마쳤다.
무지하게 어렵게 번 돈을 허무할 정도로 너무 쉽게 날려버리는 나의 부주의와 서투름에 속으로는 절망스럽기까지 하면서... "그만하길 다행"이라는 주변의 말들과 내 생각도 그러해서 오백만 원을 훌쩍 넘는 돈을 없애면서도 애써 웃으며 일 처리를 해냈다.
두 달 전 이름도 모르는 영국의 초라한 한 동네에서 열악한 조건에서 일할 때도 그랬고 지금처럼 충청도 산골짜기 외딴 마을에서 문화랑은 담쌓고 일에 치여 죽을 만큼 힘들어하면서도 자족하려고 애쓰는 건 위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는 얼마만큼의 겹을 두르고 있는 걸까? 나 혼자 있을 때도, 사람들을 대할 때도 내가 나인 것 같지가 않다.
난 정말 진솔하게, 솔직하게, 정직하게 나를 그대로 드러내며 살아갈 수 있기는 한 걸까? 언제쯤 그런 삶이 가능할까?
난 얼마나 더 오랫동안 세상과 부딪치고 깨져야 세상을 알고 삶을 알 수 있는 걸까? 언제쯤 지혜롭고 자유로운 나를 만날 수 있는 걸까?
내 나이 67세, 이 정도 됐으면 현재에 그냥 머물러도 만족스러워야 되는 건 아닐까?
어제저녁부터 아침이 된 오늘까지도 난 내가 싫고 내 현재 삶의 모습이 싫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택배 보낼 앤틱 그릇들과 도자기 인형들은 태산처럼 쌓여있는데...
이런 내 모습을 바꿀 힘도 없는 내가 가엽기도 하지만 그냥 이 순간의 나라서 버리지 않고 꾸미지 않고 그대로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