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나 연애와 같은 일. 애인을 꼬시는 일이 아주 적합했던 것
나는 밖에 나가거나 활동적인 성격이 아니었는데, 애인은 매일 나가지 않으면 답답함에 몸서리치는 사람이었다.
나는 애인을 꼬시기 위해 매일 그녀의 산책에 동행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백화점을 간다고 해도 따라가고, 지하철 두 번을 갈아타는 잠실에 가야 한다고 해도 따라갔다.
전정신경염과 ADHD로 너덜너덜해진 뇌로 그곳에 간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었다.
사람 많은 곳에 가면 공황 환자처럼 쓰러져 누워버리고, 매일같이 쓸데없는 일에 온 신경을 쏟다가 지쳐서 침대에 누워있기만 하던 나에게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사랑이나 연애와 같은 일. 더 적나라하게는 애인을 꼬시는 일이 아주 적합한 치료법이 된 셈이었다.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정기적인 도파민 보상이 이뤄지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햇볕을 많이 쐬며 비타민D를 얻고 운동량도 늘어 호르몬 분비가 원활해졌던 것 같다.
애인은 지금도 나의 ADHD를 공부하고, 조언하고, 치료해준다.
예전에 비슷하게 친구가 나의 병세를 완화하는데 도움을 준 전적도 있다.
학교를 휴학하고 유튜브를 하던 친구였는데 매일같이 우리 집에 허락도 없이 놀러 왔다.
심심하다는 이유에서 나를 자꾸 불러냈는데, 당시 의욕이 역대급으로 낮고 우울감이 극상에 다다랐던 것을 감안해 나는 그 아이를 은인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누군가 나를 살펴주는 이는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나를 방 밖으로 불러내 바쁘게 해주는 연인이나 친구는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