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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김홍재 Sep 23. 2021

일하는 시간과 장소는 내가 정한다

New Ways of Working

빌딩이나 공장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해서 일하는 단 한 가지의 근무 방식만 익숙했던 우리나라에 새로운 업무 방식 중의 한 가지인 ‘재택근무’는 이제 ‘뉴 노멀’의 영역에 들어와 있습니다. 재택근무는 팬데믹을  통해 강제로 우리나라에 자리 잡았지만, 재택근무 외에도 다양한 ‘새로운 업무 방식(New Ways of Working)’들이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 IT와 인터넷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새로운 근무 방식에 대한 연구가 이미 활발했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팬데믹 이전에 새로운 근무 방식을 도입한 회사가 많습니다.


부분 재택근무 / 완전 재택근무, WFH

우리는 팬데믹 때문에 ‘완전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처음 연구하고 시도할 때에는 출근과 재택을 혼합하는 ‘부분 재택근무’와 ‘완전 재택근무’ 두 가지 형태로 시작되었습니다. 재택근무를 영어로는 WFH (Work From Home) 또는 WAH (Work At Home)이라고 말합니다.


원격근무, Remote Work

전통적인 사무실 집합 업무 형태를 영어로는 ‘Co-located Work’라고 부르고, 이와 다른 방식,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근무하는 형태를 ‘원격근무’, ‘리모트워크, Remote Work’라고 합니다.


위성근무, Satellite Worker

구성원의 장거리 출장이 빈번한 조직은 팀원들이 모두 같은 사무실에 모여 일하는 시간보다 그렇지 못한 시간이 훨씬 더 깁니다. 그럼에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여 일하는 형태입니다. 일시적으로 구성원들이 ‘Co-located’ 상태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주로 업무를 하는 형태는 ‘위성근무’가 됩니다.

출산을 앞둔 직원이 팀원과 장시간 떨어져 일하거나, 다른 이유로 팀원과 같은 곳으로 출근할 수 없는 경우에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거점근무, Hub Office

해외에서 먼저 언급되었지만, 국내에서 더 활발하게 시도되었던 것이 거점근무입니다. 대기업이 규모가 큰 하나의 오피스를 두는 것이 아니라, 시내에 중소형 허브 오피스를 여러 군데 확보하고, 직원은 가깝고 편리한 위치의 허브 오피스에 출퇴근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국내 대기업들이 도입한 사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AA라는 그룹사는 A1- 석유화학기업, A2-금융기업, A3-소프트웨어 개발기업, A4, A5, A6,... 등 많은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AA 그룹은 시내에 3개의 거점 오피스만을 확보하고 유지합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경기도의 베드타운에 거점오피스를 추가하기도 합니다. A1, A2, A3…, 등 개별 회사에 속한 직원은 AA 그룹에서 운영하는 3개의 거점 오피스 중에서 가깝고 편리한 곳으로 출근하여 일하는 형태입니다.


유연근무, Flexible Work

출퇴근 방식뿐만 아니라, 근무 시간과 휴가를 사용하는 기간에도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초기 도입 단계에서 유연근무는 집중 업무 시간을 정하고, 출퇴근 시간에 한두 시간 정도 유연성을 만드는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심야 시간에 해외에서 주도하는 영상회의나 컨퍼런스 콜에 참석하는 업무의 비중이 높은 직원의 주 근무시간을 심야시간으로 옮기는 것과 같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법도 활용됩니다. 그리고 육아나 자녀의 통학 도우미가 되어야 하는 경우 한시적으로 근무 시간과 휴가를 유연하게 사용하기도 합니다.

유연근무를 제대로 이해하면, 법정 근무 시간만 채우면 되는 방식으로 발전합니다. 그러면 주 40시간 근무만 수행해 낸다면 주 4일 또는 4.5일 근무 방식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텔레커뮤팅, 텔레워크, 모바일워크, 노마드워크 등

언급한 내용 이외에도 Mobile work, Nomadic work라는 새로운 근무형태가 있습니다. 초기에는 Tele-work, Tele-commuting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디자인 기업, 소프트웨어 기업, 컨설팅 기업 중에는 사무실을 두지 않는 회사가 있습니다. 사무실 출근을 완전히 배제한 회사는 팀원 간 소통을 위해 분기별로 오프사이트 이벤트(Off-site event)를 개최합니다. 사무실을 임차하지 않아도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사무실 유지와 관련한 고정비 지출을 ‘제로’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아낀 비용을 모든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모이게 하는 이벤트 비용으로 사용합니다. 고급 리조트나 휴양지 호텔에 오프 사이트 이벤트를 열고, 일주일 동안 함께 회의하고 일하는 방식을 지속해도, 비용 부담은 사무실을 임차하고 유지하는 것보다 낮습니다. 중소 규모의 지식/정보 서비스 기업이나, 스타트업 초기에 활용하기 좋은 근무 방식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업무 방식’을 통칭하여 ‘New Ways of Working(NWoW)’이라고 부릅니다. 새로운 업무 방식을 도입하고 선도하는 조직은 ‘Smart Work’, ‘Own the way you work’, ‘Work your own way’ 등의 타이틀과 목표를 세우고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분석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업무 방식을 생각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 조퇴와 유연근무를 구분해야 합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일하다가 심야에 있을 두 시간 해외 컨퍼런스 콜에 참여하기 위해 두 시간 일찍 퇴근하는 팀원을 조퇴로 생각하지 않고 유연근무자로 인식해야 합니다.


둘째, 근무 형태가 자유롭고 유연하다는 점을 이유로, 프리랜서를 새로운 업무 방식과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프리랜서는 1인 사업의 주체이며, 조직의 구성원을 위한 새로운 근무 방식을 연구, 분석하는 일과 본질적으로 다른 영역에 있습니다.


셋째, 시간이 필요합니다. 짧은 시간에 새로운 근무 방식이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없습니다. 시행착오가 발견되면 새로운 업무 방식에 대해 회의적인 팀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시행착오를 분석하고 수정하면서 각 조직에 맞는 방식을 만들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는 담당자를 두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합니다. 따라서 경영진(Top management level)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입니다.


그러면, 직접 경험했던 새로운 업무 방식으로 일하는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례 1 - 점심 식사를 먹지 못하는 동료 G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홍콩인 동료 G는 점심을 거르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보험계리사로 일하는 동료 G는 홍콩의 규칙에 따라 주 37.5 시간, 매일 7.5시간을 일해야 합니다. 계리사는 비교적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은 직군이고, 점심을 거르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매일 낮 12시에 출근하고 저녁 7시 30분에 퇴근하는 것으로 근무시간으로 고정하였습니다. 동료 G는 오전 시간에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취미를 가졌고, 낮 12시에 출근해서 점심 식사를 거르고 7시 30분까지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출근해서 사무실에서 일하는 날과 재택근무를 하는 날을 50:50으로 유지하였습니다.


홍콩 사무소 소속인 동료 G는 서울 사무소로 1주일간 출장을 왔습니다.  1주일간의 출장 업무가 끝난 후에도 홍콩으로 복귀하지 않고 한 달 동안 서울 사무실에서 더 근무하기로 했습니다. 그 기간에는 홍콩사무소의 업무는 온라인으로 하면서 퇴근 후에는 한국인 친구를 만나고 서울 생활을 경험하고 돌아갔습니다.  


홍콩 계리사였던 친구가 일했던 방식은 ‘유연근무 +부분 재택근무 + 위성근무’ 형태의 ‘새로운 업무 방식(NWoW)’입니다.


사례 2 - 미국인의 가족 문제를 해결해 준 아시아 유랑근무


미국인 동료 A는 미국에서 근무하다가 가족 문제를 이유로 일본 도쿄로 이주했습니다(relocation). 소속은 미국 법인이었지만, 일본에 거주하면서 근무지는 서울, 홍콩, 베이징인 상황이었습니다. 항상 서울과 홍콩, 베이징을 오가며 일하고 도쿄로 퇴근하는 근무 형태를 2년 동안 유지하였고, 2년 동안 개인의 커리어도 쌓고 가족 문제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동아시아 근무를 하는 2년 동안 회사도 아시아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고, 동료 A와 그의 상사도 만족했었던 방식입니다.


미국인 동료 A가 일했던 방식은 ‘위성근무 + 노마드근무 + 완전 재택근무’ 형태의 ‘새로운 업무 방식(MWoW)’입니다.


사례 3 - 한국 출신 입양인에게 평생의 선물이 된 시간


외국 회사의 한국 지점에서 근무할 때, 미국 지점에서 근무하던 한국 출신 입양인 M이 한국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이었습니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지만 미국에서 성장하면서 언젠가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했던 M은 한 달 동안 서울에서 근무하기로 했습니다. 첫날은 서울 사무소의 근무시간에 맞추어 출근했습니다. 다음 날부터 미국에 있는 상사와 일을 해야 하는 날에는 미국 시간에 맞추어 늦은 밤에 레지던스에서 온라인으로 근무하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서울 사무소에 출근했습니다.


한국어를 습득하고, 한국을 알고 싶어 했던 직원에게 심리적인 만족을 확보해주기 위해 회사와 M은 적절한 시기를 조율하였고, 한국계 미국인 M은 만족스럽게 서울 사무소 근무를 경험하였습니다.


미국에서 온 M이 서울 사무소에서 일했던 방식은 ‘위성근무 + 유연근무 + 부분 재택근무’ 형태의 ‘새로운 업무 방식(NWoW)’입니다.




NWoW & Diversity


비즈니스 환경은 때로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집니다.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면서, 변화하는 비즈니스 상황에서 이기겠다는 생각은 무모한 상상일 뿐입니다. 새로운 근무 방식을 도입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채용해서 지켜내고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성(Diversity)’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할 때입니다.


기업은 유능한 직원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가지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라이프 스타일(사례 1), 가족 문제(사례 2), 버킷리스트(사례 3)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근무 방식을 도입하여 솔루션을 제공하였습니다. 직원의 다양성(Diversity)을 존중하고 실제로 포용(Inclusion)할 수 있을 때 유능한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회사로 인식될 수 있고, 직원의 업무 몰입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업의 힘은 결국 유능한 인재의 확보와 활용에 있기 때문입니다.


세줄 요약

일하는 시간과 장소는 내가 정한다. 

유럽과 미국은 팬데믹 이전에도 재택근무

유능한 인재 확보를 원한다면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 


2022, 9월 신간, <굿 오피스> - 몰입을 만드는 업무 공간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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