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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김홍재 Sep 27. 2021

휴가는 당연히 셀프 결재

휴가제도 깨부수기

공들여 키운 직원이 퇴사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거부하기 힘든 오퍼를 받았을 때

둘째, 회사의 비전에 한계를 확인했을 때

셋째,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상사를 떠나고 싶을 때


그중에서 셋째 이유로 유능한 직원을 잃게 된다면, 회사 입장에서 뼈아픈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상사와 업무로 인한 갈등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경우가 많지만, 업무와 관련이 없는 문제로 갈등이 생긴다면 부하직원이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훨씬 큽니다. 업무와 관련이 없는 일로 받는 스트레스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눈치 보이는 휴가 사용, 그리고 불편한 회식과 관련한 나쁜 사례들을 많이 경험할 수 있습니다.


먼저 휴가 사용과 관련해서, 좋은 해결책이 있을까요?


휴가를 내고 결재받는 일 자체를 셀프로 만들면 됩니다. “이게 가능한가요?”라고 물으신다면, 가능합니다. 이미 그렇게 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왜 결재를 받아야 할까요?” “셀프 결재로 회사 시스템에 입력한 뒤 즉시 상사에게 자동 이메일이나 알람으로 고지하는 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라고 되묻고 싶습니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야기해 봅니다. 긴 휴가를 쓰려면 부하직원도 당연히 팀의 바쁜 시즌이나 중요한 일이 있는 기간은 피할 것입니다. 그리고 셀프 결재를 하지만 긴 휴가를 사용하려는 직원도 당연히 백업해 줄 다른 팀원의 일정을 미리 묻고 겹치지 않도록 스스로 계획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게 가능한가요?”라고 묻는다면, 부하직원이나 팀원이 휴가로 인한 공백에 대한 대책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불신’하기 때문입니다. 팀의 중요한 일정과 백업해 줄 동료의 상황을 ‘확인’하기만 하면 휴가 사용에 결재가 필요한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휴가를 쓰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상사가 허락해줄 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당연한 권리일 뿐입니다. 휴가는 회사에서 결재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업무의 영역과 존재 자체가 다른 일입니다.


완전 셀프 결재가 최선의 방법이지만, 너무 새로운 방식이라 부담스럽다면 차선책으로 도입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일부 직원에게만 셀프 휴가 결재를 허용하는 방법입니다. 회사의 전반적인 비즈니스 흐름을 이해하기 어려운 신입 시기에만 셀프 결재를 제한하고, 입사 후 3년 차부터 셀프 결재를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아니면 중간관리자, 과장급, 매니저급 이상으로 셀프 결재의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중간자로서 관리 역할이 부여되기 시작하는 과장 정도라면 회사의 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승진을 위해서 중요한 회사 일은 휴가보다 우선순위를 둘 줄 아는 업무 센스가 생기는 단계입니다.


정리하면,   

     완전 셀프 결재가 최선   

     차선으로, 입사 후 3년 차부터 셀프 결재 허용   

     다음으로 바람직한, 중간 관리자급(과장, 책임, 매니저급)부터 허용   

     부장 또는 임원급 이상만 허용. 이쯤 되면 의미 없음.    


두 번째로, 신입사원을 포함하여 전 직원에게 셀프 결재 권한을 주되, 셀프 결제로 사용할 수 있는 휴가의 길이를 제한하는 방법입니다. 8시간(1일) 또는 16시간(2일)의 한도를 정하고 한도보다 짧은 반차나 하루 휴가에는 결재를 생략하는 방법입니다.


전 직원에게 셀프 결재 권한이 주어졌을 때, 업무 중에 상사와 다투고 휴가를 셀프 결재하고 퇴근해버리는 상황이 드물게 생기지 않을까라는 의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 직원은 스스로 평판관리(Reputation management)와 이미지관리(Perception management)를 등한시하는 직원으로 여겨지고 결국 본인에게 손해가 되는 일로 쉽게 반복하지 못하는 일이 됩니다. 그럼에도, 이런 사고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셀프 결재로 휴가를 사용할 때, 최소 2시간 전에 시스템에 입력하고 본인이 결재  버튼을 눌러야 사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만들어 둘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출근한 뒤에 아이 돌봄이나 유치원 픽업이 긴급하게 필요한 날, 출근해서 시스템에서 셀프 결재 버튼을 누르고 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컨디션이 너무 안 좋거나, 치과 진료를 해야 하는 날, 격년으로 자동차 정기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에, 셀프 결재로 짧은 시간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겨우 몇 시간 반차 사용을 두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서 좋은 방법 아닐까요?


HR 담당자와 팀장이 할 일


팀장이나 부장은 부하 직원들이 9월 말(3분기)까지 팀원이 사용한 휴가 일수를 확인하고, 휴가가 많이 남은 직원에게 휴가 사용을 독려하는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휴가 사용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일은 재충전을 통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므로, 팀장이나 부장, 즉 리더가 책임감을 가지고 챙겨야 하는 중요한 업무입니다. 팀원의 휴가 사용 일수가 떨어지는 경우에, 리더는 중요한 보고서를 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HRM 담당자에게 독려 상황을 보고해야 합니다. HR 부서는 10월 첫 주에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업무가 되어야 하고, 12월 말 또는 1월에는 리뷰까지 마치는 중요도가 높은 업무로 두고 프로세스화 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해당 연도에 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했을 경우 정해진 규칙에 따라 다음 연도에 휴가를 이월(carry forward)할 수 있는 제도로 인정되어야 합니다.




'휴가는 당연히 셀프 결재’라는 제목과 ‘휴가제도 깨부수기’라는 부제로 휴가 결재를 깨부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반대로 휴가 제도를 더 세밀하게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짧은 휴가의 사용은 ‘반차’입니다. 휴가 사용을 1시간 또는 2시간 단위로 쓸 수 있도록 수정해야 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병원에 가거나 아이 돌봄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결국 필요한 휴가 단위는 반차보다 짧은 한두 시간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휴가를 시간 단위로 쓸 수 있을 때, 보상휴가(Compensation leave)를 합리적으로 만들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주말 골프 접대는 영업 담당자의 입장에서 초과 근무나 마찬가지입니다. 골프를 좋아해서 괜찮다는 영업부 동료의 말은 커리어를 위해서 또는 이미지관리(Perception management)를 위한 겸손의 표현입니다.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 클라이언트를 만나고(주로 클라이언트의 집 앞까지 가서 픽업합니다) 4~5시간 골프를 치고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마쳐야 토요일의 영업활동이 종료됩니다. 저녁식사 접대가 있는 날, 영업 사원은 클라이언트와 늦은 밤까지 식사와 술을 마시고 개인의 워라밸을 포기하는 날이 됩니다.


이런 경우에, 주말 골프는 4시간, 저녁식사 접대는 최소 2시간 정도 보상휴가(Compensation leave)를 적립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상휴가를 결재받아 적립하는 것은 더 어렵다고요? 휴가를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고객사와 주말 골프를 이유로 4시간, 저녁 접대를 이유로 기입하여 2시간까지는 ‘셀프 결재’를 사용하면 됩니다. 주말 골프와 저녁 접대는 사무실에서 연장근무와 초과근무를 하는 것만큼 힘든 마케팅 활동이고, 골프 접대비, 식사 접대비에 사용된 영수증으로 증빙이 쉬운 것이 보상휴가의 셀프 결재 적립입니다.


그리고, 저녁식사 접대가 있었던 영업 사원이 다음 날 아침 출근시간에 적립한 휴가를 한두 시간 셀프 결재로 사용하여 컨디션을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그러면 식사 자리에서 영업사원은 늦은 밤의 마케팅 활동에 부담을 덜 수 있고, 마케팅 활동에도 스스로 적극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장거리 출장자는 주말에 공항으로 이동하고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규정을 만들어 비행시간에 따라 ‘셀프 결재’로 보상휴가를 적립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회식입니다.


유럽과 미국의 회사에서는 회식을 당연히 근무 시간으로 생각합니다. 회식이 있는 날이면 평소보다 한 시간 빠른 5시에 사무실을 떠나 회식 장소로 이동합니다. 그러면 5시 반이나 6시부터 식사가 시작되고, 한 시간 정도 모두 모여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한 시간 빨리 퇴근한 만큼만 회식에 참석하고 7시쯤 되면 하나 둘 귀가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원하는 사람은 늦은 시간까지 회식 자리에 참석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입니다. 회식이 시작하고 한 시간 만에 귀가한다고 해서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를 삼는 사람이 비난받을 확률은 거의 100%입니다. 그래서 회식하는 날 7시에 귀가한다고 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일 자체가 없습니다.  


우리의 회식 모습은 6시에 퇴근하고 회식장소에 도착해서, 1차 식사, 2차 맥주, 3차는 정말 최악인 노래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아직 있습니다. 2차와 3차까지 참석이 강요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입니다. 미국, 유럽, 홍콩, 싱가포르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나쁜 회식을 우리만 고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외국의 좋은 것을 보면 빨리 따라하기로 2등이라고 서러워할 우리 국민들이 유난히 어려워하는 일입니다. 동반 꼴찌인 일본의 경우를 보아도 사실 우리보다 회식 횟수가 적은 편이고, 택시비가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우리처럼 늦은 심야까지 회식이 이어지는 경우는 우리보다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미워하는 일본보다 못한 압도적인 꼴찌를 고집할 이유......,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 것 같습니다.


회식은 평소 퇴근시간보다 무조건 한 시간 일찍 시작하고, 한 시간만 참석하면 누구나 귀가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야 합니다. 회식의 장점을 크게 보고 2차를 원하는 사람은 2차에 참석하면 되고, 강요하는 사람은 외국의 사례처럼 비난받는 문화가 빨리 뿌리내리면 좋겠습니다.


1년 이상 재택근무를 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해온 수많은 회의와 회식이 과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에 그렇게 큰 도움이 되었는지 곱씹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업무에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갈증도 있었지만, 회의와 회식은 정말 그렇게 많이 필요했던 일인가요?


세줄 요약   

휴가는 셀프 결재

휴가 사용과 보상휴가 적립을 위해 시간 단위로 쪼개서 휴가를 이용한다.    

회식은 근무시간만큼만    



2022, 9월 신간, <굿 오피스> - 몰입을 만드는 업무 공간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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