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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김홍재 Oct 22. 2021

차이를 차별하지 않는 실수

잘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최대 약점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조선, IT,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산업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보여주는 눈부신 성과로 경제 뉴스를 읽는 시간이 즐거운 요즘입니다. 온 인류가 공통으로 겪는 팬데믹에도 수출총액은 매월 우상향으로 경신되고 있습니다. 노동과 자본집약적 중공업 중심의 산업에서 자본과 기술집약적 반도체, 휴대폰과 같은 하이테크 산업으로 성공적으로 진화했고, 요즘은 우수한 제조업의 성과에 더해 우리의 컨텐츠 산업도 세계 시장에서 크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잘해오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이대로 계속 승승장구하기를 바라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직 해외의 기업보다 부족한 부분도 있습니다. 좋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 좋은 휴먼웨어를 확보하고 성장시켜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것 까지는 해외 기업에 뒤지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인재의 성과를 구별하고 고성과자(high performer)를 관리하는 방식에는 아직 부족함을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차이를 차별하지 않는 실수가 초래하는 비극


차이를 차별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모두가 공존하는 사회 속에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을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두 가지 전제를 두고, 첫째로 기업에서, 두 번째로 성과에 있어서, 차이를 차별하지 못하는 실수는 정치적 올바름을 떠나 경쟁 상황에서 위기를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폐에도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외 스카우트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인재를 찾아 빼앗아주는 일을 성공시켜야 수입이 발생합니다. 스카우트나 헤드헌팅 비즈니스 자체를 시장에서 막을 수 없습니다. 헤드헌터의 연락을 받고 회사를 떠나는 인재는 대부분 같은 업종의 경쟁회사로 향합니다. 일부 기술 기업에 있어서 경쟁회사로 이직은 법률과 판례에 의해 취업금지 제한을 받지만 제재의 기간은 보통 1년 내외입니다. 우리 기업의 우수한 기술 인재를 중국에 빼내 주는 스카우터를 부도덕하다고 비난할 수 있어도, 사실 대부분 그런 스카우트 기업은 해외에 소재하고 있어 우리 법의 잣대로 심판하기 어렵습니다. 엔지니어 개인의 직업 선택에 대한 자유를 막을 길도 없습니다.


해외의 사례나 기술 엔지니어가 아니더라도, 우리 회사의 인재가 국내 경쟁사로 이직하는 것도 회사에는 큰 위협이 됩니다. 이직을 제안받는 인재는 주로 우리 회사에서 고성과자(high performer)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른 직원보다 뛰어난 고성과자를 빼앗기는 상실에 더해, 우리 회사를 잘 아는 인재가 하루아침에 경쟁사의 칼이 되어 우리 회사를 예리하게 공격하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기업의 역사가 긴 해외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잘 알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잘 없는 것 같습니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고,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한 스카우트 비즈니스를 막을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해외 기업들은 고성과자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휴먼웨어의 관리 방법을 연구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제도로 도입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평가방법(MBO, KPI, OKR etc.)을 연구하고, 고성과자를 위한 합리적인 보상 체계를 도입하고, 고비용 보상형 교육과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워라밸까지 꼼꼼하게 챙겨주는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합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이러한 연구와 노력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그중에서 해외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아직 유난히 부족한 부분은 ‘합리적인 보상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성과의 차이를 합리적인 수준의 차별로 보상하는 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이 보입니다.


뛰어난 성과와 남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3년 차 사원 한 명의 가치는 주니어 동료 두 명의 역량보다 높이 평가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커리어에 동기부여가 확실한 고성과자 과장은 평범한 부장의 성과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재를 빼앗아서 고객사에 넘겨야 수익이 발생하는 스카우터의 레이더망에 포착되는 인재는 주로 뛰어난 3년 차 사원과 고성과자 과장입니다.


일부 테크 기업과 대기업에서 고성과자에게 보상을 차등하는 사례들이 있지만, 해외 기업의 사례와 비교하면 아직 우리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차별의 크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음의 예시에서 금액으로 표기한 부분은 회사나 업종에 따라 차이가 많기 때문에 참고만 하고, 차별의 크기만 확인하는 것으로 삼습니다.


사원 : 4,000~8,000만 원, 2배

과장 : 6,000~1억 5000만 원, 2.5배

부장 : 1억~3억 원 이상, 3배 이상


같은 직급이라도 차별의 크기는 최소 2배, 최대 3배 이상의 차이가 되어야 합니다. 직급 간 역전 현상도 발견됩니다. 커리어에 방향성과 목표(career path)가 확고하고, 동기부여가 잘 된 고성과자(high-performer)가 회사 밖으로 곁눈질하지 않도록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차별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고성과자에게 보상뿐만 아니라 경험 관리와 코칭도 챙겨줄 수 있어야 ‘I’m cared’ 받고 있음을 확인시켜 줄 수 있습니다.  


성과의 차이를 이유로 이전보다 큰 차별을 합리적으로 보상체계에 도입하기 위해서 공정한 평가는 최우선 전제 조건입니다. S, A, B, MA 등의 등급으로 평가하고 줄을 세우는 기존의 상대평가 방식보다 목표로 삼은 항목의 성취 여부와 그 개수를 확인하고 성취한 항목의 중요도에 의견을 교환하는 절대평가 방식, 1년에 한 번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자의 주관이 덜 개입될 수 있도록 분기별로 자주 평가를 하고 코칭과 지원에 중점을 두는 방식, 평가자에 대한 평가와 동료의 평가를 반영하는 방식 등의 새로운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성과를 숫자만으로 평가하기 힘든 지식서비스 기업, 연구개발 기업, 스타트업, 해외의 기업들이 먼저 시도하고 공정한 평가 방식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매년 개선점을 찾고 수정하는 노력을 반복합니다. 




몰래 인터뷰를 거치고, 거부하기 힘든 오퍼를 받아서 이직을 결심한 인재에게 의리, 배신감, 좋은 관계를 언급하면서 이직의 철회를 설득해 내기 어렵습니다. 그러한 설득과 번복을 종용하는 시도는 프로페셔널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이별이 되지 못합니다. 돌고 돌아 나중에 어디선가 다시 만나면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는 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해외의 기업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차별이지만, 아직은 우리 기업이 잘 못하는 일, '차이를 차별하지 않는 것'은 기업의 실수입니다.


세줄 요약

같은 연차라도 2~3배 차이

직급 간 급여 역전도 당연

관계, 의리, 배신감은 프로페셔널 비즈니스 세계에서 뭔 일?  


2022, 9월 신간, <굿 오피스> - 몰입을 만드는 업무 공간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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