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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김홍재 Oct 24. 2021

ESG 경영과 휴먼웨어

귀찮다와 모르겠다가 통하지 않는 일

전 세계의 모든 비즈니스가 팬데믹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는 2021년,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미국의 블랙락(Blockrock)은 또 다른 큰 소용돌이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와 경영에 있어 문제가 있거나 이와 관련하여 글로벌 스탠더드를 추구하지 않는 회사에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거나, 투자한 자본도 회수하겠다는 선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사 블랙락의 투자규모는 1경 원에 이릅니다(가늠이 잘 안 되는 숫자이지요). 국민연금의 운용규모가 600조 규모이고, 1경원이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삼성전자의 지분 100%를 다 사고도 남는 금액입니다. 블랙락은 국내 대기업에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도 ESG의 바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2021년에 갑자기 나온 선언이라면 거대 자본가의 정책 횡포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ESG는 사실 15년 전부터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2004년 UN에서 인권(Human rights), 노동(Labor), 환경(Environment), 반부패(Anti-corruption) 문제와 관련하여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사업을 하는 다국적 기업과 자본가들에게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하였습니다. 거대 다국적 기업이 여러 나라에서 사업을 하면서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와 관련한 문제들이 제기되었었고, 세계 각국의 법과 제도에는 글로벌 기업과 자본가들이 다국적 기업이라는 특성을 이유로 빠져나갈 수 있는 허점들이 있었습니다. 모든 나라에 적용 가능한 규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UN은 2004년, 자본가들에게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4가지 이슈와 관련하여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하였습니다. 


2006년 4월 책임감 있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 모여 UN이 주도한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 서명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책임투자원칙에 서명한 금융기관은 4,417 곳에 이릅니다(https://unpri.org). 2004년과 2006년경 다국적 기업과 자본가의 책임투자원칙이 논의되던 시점에 처음으로 ESG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15년 전, 2006년 4월 27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PRI 서명하는 날, 가운데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주도 


그러나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당장 ESG를 도입하고 실행하는 일은 금융기관과 다국적 기업에게도 경영에 부담이 생기는 일이었고, 15년의 준비기간을 두고 본격적인 시행은 유예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래서 2006년 책임경영원칙(PRI)에 서명이 시작되고 15년이 지난 2021년 미국의 블랙락에서 나온 ESG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는 갑작스러운 일이라고 불평할 사안이 아니라 예정된 수순에 따른 결과입니다. 일부 우리 기업들이 갑작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과 달리,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업들은 지난 15년간 ESG와 관련한 사항을 점검하고, 회사의 규칙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UN과 금융 투자자들은 지난 15년간 ESG에 직접 언급된 환경, 사회, 경영과 관련한 이슈 이외에도 자발적인 규제가 필요한 사항들을 찾아 연구하였습니다. 테러 단체로 불법적인 자금 유입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자금세탁 방지(Anti-money laundry)를 위한 국제 금융 결제 시스템에 협조하고, 경제 제재 (Economic Sanction) 문제에도 관여하였습니다. 인류애에 반하는 방위산업(Defense Industry)에 대한 규제의 검토, 동물학대(Cruelty to animal or Animal abuse) 이슈에 민감한 의약품 및 화장품 제조기업, 저임금으로 아동의 노동을 착취하던 축구공 제조 및 커피 기업의 문제를 자발적으로 검토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회사의 규칙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해외의 금융기관들은 ESG에 직접 거론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앞에 언급한 민감한 사항들을 추가해서 고민하고 ‘Sensitive Business Area, SBA’, 또는 ‘Sensitive Business Risk, SBR’이라는 이름을 붙여 회사의 준법감시(Compliance) 항목으로 관리하였습니다. 제재가 필요하다고 확신했던 이슈는 사규로 만들거나 준법감시(Compliance) 업무에 포함시켜 직원 교육에도 활용하였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해외의 금융기관과 다국적 기업들이 기업 경영자의 관점에서 비용이 발생하고 귀찮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사항을 연구하고 관리해온 이유는 15년의 유예기간이 종료하는 2021년부터 ESG와 관련한 문제에서 떳떳하지 못하면 회사의 비즈니스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것임을 인지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전 세계의 기업들이 다루고 있는 ESG는 구호만 앞서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의  ESG 경영과 노력을 측정할 수 있는 수치로 만들어 공개하고 있는 상황에 이르러 있습니다.   


ESG Ratings Corporate Search Tool - MSCI

Company ESG Risk Ratings – Sustainalytics


위의 사이트에 회사의 이름을 입력하면(eg. Kakao, Samsung Electronics, Google or Alphabet, Rio Tinto etc), 수치와 등급으로 각 회사의 ESG 점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투자자들은 개별 회사의 ESG 경영을 구체적인 숫자와 등급으로 확인하고 비교하여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 




ESG는 이미 기업의 생존과 관련한 중대한 사항이 되었습니다. 회사의 ESG와 관련한 노력을 검증 가능한 숫자로 시장에 발표하지 못하면 안 되는 수준으로 진화해왔고 ESG 경영은 귀찮다고 미뤄둘 수 없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기업 활동을 하거나,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는 기업은 투자자와 시장으로부터 외면받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직원의 비정상적인 갑질 통화(Governance, 지배구조와 경영에 해당)와 오너 일가의 범죄와 부도덕한 스캔들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기업이 있었습니다. 매출이 정체되고 결국 회사를 통째로 매각하기로 결정한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업이 있지요) 사례가 있었습니다. 회사도 문제지만, 꿈을 안고 그 회사에 입사해서 열심히 일하던 직원은 성장을 위한 동기를 다지기보다 가족과 주변의 걱정으로부터 마음이 편안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예전과 같이 눈앞의 이익만 좇아 윤리적이지 못한 행동에 눈을 감거나, 사회적인 책임을 외면하면 회사의 ESG 점수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촉박한 일정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공사장의 안전 수칙을 등한시하여 발생하는 인명 사고,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개발 사업은 감시를 받고 나쁜 사례로 기록되어 ESG 점수에 치명상을 남깁니다. 직원은 안전사고에 노출되고, 회사의 인재는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행위자가 되게 만듭니다. 인재를 뽑아 교육하고, 성과에 좋은 보상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ESG, CSR, SBA, Compliance(준법감시)의 문제는 주어진 업무를 하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회사 생활을 더 힘들게 만드는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경영자와 리더가 먼저 생각하고, 직원에게 교육해야 하는 필수 항목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성장만 바라보고 왔던 지난 15년 동안 외국에서 ESG는 투자자들이 구체적인 숫자로 검토하는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직원, 휴먼웨어의 안전과 심리적 상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ESG 책임 경영은 회사와 직원, 결국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어막을 만드는 일입니다.


세줄 요약

ESG는 이제 회피할 수 없는 중대 과제

비윤리적인 기업 활동은 기록으로 남아 ESG 점수에 반영

ESG 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휴먼웨어에도 치명적 영향


2022, 9월 신간, <굿 오피스> - 몰입을 만드는 업무 공간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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