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이론 Dec 08. 2021

5-7. 오억년버튼

"이론이 보호자분 들어오세요"

"네"


"어머니는 요즘은 좀 어떠세요? 불안하다거나, 우울감, 뭐 다 좋아요.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이론이 걱정뿐이죠... 그래도 교수님들이 잘 치료해주셔서 이 정도까지 회복하고... 근데요 선생님, 이제 일반병실을 가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지 그 막연함 때문에 너무 불안해요. 제 손에 맡겨져서 또 잘못되거나 하는 건 아닌지..."

"병실로 올라가더라도 주변에 간호사, 의사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실 거예요"

"알죠. 근데 이론이 팔다리는 못 쓰잖아요. 제가 팔다리가 되어주는 건 평생 해줄 수 있어요. 아이가 앞으로 그 힘든걸... 남은 삶이 얼마나 긴데... 그리고... 어제 첫째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이론이랑 다이빙하기 전에 여기서 뛰어내리면 자기가 천만 원 주겠다고 했다고. 자기 때문에 이론이가 이렇게 됐다고 하면서 아이가 조금 이상해요"


이론이가 여러 가지 문제로 우울감에 빠져있다고 해서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을 진행했었다. 부모의 면담이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해서 남편과 내가 시간 날 때마다 외래 면담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론이가 중심이 되어서 면담을 하는 듯했으나, 한 두 번 면담을 하다 보니 나와 남편의 우울감도 굉장히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꾸준히 다니고 있으나 큰 호전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남편은 앞으로 돈이 많이 들 거라며 퇴근하고도 배달을 하며 쉴 틈 없이 일하고 있고, 첫째 아이는 충격이 컸는지 말수가 많이 줄었다. 사실 내가 줄어든 것 같지만.

첫째 아이가 자기의 죄책감을 힘들게 꺼냈지만, 다칠 것을 알고 그런 것도 아닌데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얘기해줬다. 그동안 표정이 안 좋았던 게 계속 그때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나도 남편도 중심을 다시 잡지 못하고 있어서 아이에게도 우울증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 나는 0점짜리, 아니 쓸모없는 엄마인가 보다.

이전 20화 5-6. 오억년버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