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이이옹 삐이이옹
큰할아버지가 도착하는 소리인 것 같다. 팔다리에는 크고 작은 상처 투성이었고 다행히 의식은 있으셨다. 다들 분주하게 처치를 시작했고, 괜히 내가 나서는 게 다른 선생님들과 과장님들에게 불편할 수 있어서 나는 조금 뒤에서 처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니셜 BP(혈압) 70대예요, 과장님"
"sono(초음파) 보고 있을게. 피 좀 준비해서 바로 주자"
"네, c-line (중심정맥관) 옆에 준비해뒀어요"
"오케이"
톱니바퀴가 맞물린 것처럼 호흡을 주고받는 외상팀을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게 어색하다. 나도 저기 중에 톱니바퀴 하나를 맡고 있었는데, 보호자 입장이 된 지금은 옆에서 지켜보는 게 오히려 편했다. 그동안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왔고 이런 장면도 똑같이 반복 숙련이 되었지만 내 가족이 저기 누워있으니 손에 땀이 식지 않는다. 카테터를 넣을 때에도 "조금 아파요"하며 사실 무덤덤하게 처치를 했었지만 내 가족의 피부가 바늘에 뚫리는 모습은 보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할아버지의 팔은 뼈가 다 보이는 큰 상처였고 고통스러워서 소리 지르는 모습은 엄청난 긴장감을 주었다.
"할아버지, 저 마음이에요. 제가 일하는 병원 오셨어요"
"으으윽..."
"다친 데가 많아서 조금 힘들 수 있어요. 제가 옆에 있을 거니까 걱정 마세요"
"그... 래..."
통증 때문에 눈도 못 뜨고 이 악물고 버티고 있는 할아버지를 뒤로하고 삼촌에게 상태 설명을 위해 외상센터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