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과 몇몇 식구들만 외상센터 안으로 들어가 할아버지를 만나 뵈었다.사지가 전부 붕대로 칭칭 감겨있고, 얼굴색도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하니 몰골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약성 진통제까지 수차례 맞아가며 통증과의 싸움을 이어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삼촌 조차도 보기 쉽지 않은 듯했다.
"아버지, 저희 왔어요...
아휴...
잘 버티셔야 돼요. 아셨죠?"
대답 없는 할아버지와의 짧은 면회가 끝나고 외상중환자실로 올라갈 준비를 시작했다. 삼촌은 경찰서에서 온 연락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고 나머지 식구들은 중환자실 앞 로비로 자리를 잡았다. 중환자실 안내문과 설명을 직접 해드리고 다시 중환자실로 돌아가 할아버지 입원 정리를 마무리했다.
**이론샘 큰 할아버지**
병원 입원 전산 메모장에, 그것도 중환자실에서 내 이름이 올라갈 줄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괜히 저 한 줄 때문인지 중환자실은 여느 때와 다르게 숙연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론샘, 이제 들어가서 쉬어. 벌써 점심도 훌쩍 지났어"
"네, 혹시나 특별한 일 생기면 연락 주세요. 어차피 잠 안 올 거 같아요"
말없이 할아버지를 쳐다보다가 조용히 중환자실 밖으로 자리를 옮겼고, 크지는 않지만 조그맣게 누울 자리는 있는 탈의실로 향했다. 천장을 보고 누워서 애써 눈을 감아보았다. 아무 생각하지 않는데 머릿속은 꽉 차있는 것 같은 이 답답함 때문에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