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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이론 Dec 20. 2021

6-6. 나의 자리

두세 시간 정도 지났고, 잠이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잠을 잤는지 두통도 심하고 답답해서 밖으로 나갔다.


"어, 과장님. 나와계셨네요"

"뭐야, 집에 안 가고"

"탈의실에서 잠깐 눈 좀 붙이고 나와서 괜찮아요"


-띠리리리


"잠깐만. 전화 좀 받을게.

네, 말씀하세요. 어어어. 왜?

흠... inotropics(혈압을 올리는 약물) 몇몇씩 쓰고 있지? 지금 올라갈게"


통화를 하는데 왠지 할아버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과장님께 call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간간이 내 눈치를 살피시는 게 거의 확실한 듯하다. 통화가 끝나고 과장님은 중환자실로 곧바로 올라가셨다. 나도 올라갈까 고민했지만, 지금은 그냥 식구들과 같이 있고 싶었다. 가족으로, 보호자로서 자리를 함께하고 싶었다.


삼촌도 볼일을 마치고 다시 병원으로 오셨고 식구들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그 누구도 나를 보고 할아버지가 어떤지 보고 와달라고 하지 않으셨다. 내가 힘들었던 게 보였는지 내 자리를 비워두고 기다리셨다. 삼촌과 나까지 한 줄 가득 의자를 채워 앉아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렇게 밤 12시 즈음되었고, 삼촌의 전화가 울리며 때가 되었구나 싶었다.


"어무니, 같이 먼저 들어가게요"

"그랴..."


식구들은 길지 않은 마지막 면회를 했고, 가장 마지막으로 나 혼자 할아버지 자리로 갔다.

할아버지가 누워계신 자리에서도 수많은 망인 분들을 보내드렸고 무덤덤했던 나인데, 그날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의 나였다. 그동안 열심히 환자들을 케어하고 살려보아도, 정작 할아버지가 이렇게 떠나가시는 것을 보고서는 참 허망했다. 게다가 그날의 나는 의료인도, 보호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죄스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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