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산후조리원이 천국이 아니었던 이유(2)
(*위의 ‘돌아간다면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을래’ 글에서 내용이 이어집니다)
조리원에서 힘들었던 또 하나의 포인트. 은근한 마사지 강요였다. 다른 조리원은 안 가봐서 모르겠으나 내가 머물렀던 곳에선 마사지를 당장 받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 같은 분위기라 눈치가 보였다. 마사지 받는 걸 아주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지만 사실 조리원에서 마사지를 받고 싶지 않았다.
조리원에 막 도착했을 때의 나는 대학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한 지 3일 만에 퇴원한 상태였다. 환자 그 자체였고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몸 상태가 전혀 아니었다. 배가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하겠는데 입소 첫날부터 마사지가 저절로 예약되어 있었다.
"저는 예약한 적이 없는데요...?"
"입소하시는 날에는 저희가 일단 스케줄을 잡아 놓아요"
조리원 입소 전 마사지를 받을지 말지 몰라 예치금(?) 몇 만 원 넣어놓은 게 있어서 예약을 잡아줬다는 거다. 퇴실 때까지 마사지를 안 받으면 환불해주겠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나 자신이 마사지 침대에 엎드리는 자세를 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고, 출산한 몸에 더 이상의 자극을 주고 싶지 않았다. 도저히 마사지를 받을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마사지를 받으려면 수백만 원을 더 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수술 부위가 좀 회복된 뒤에 집에 돌아가 출장 마사지를 받을 생각이었다.
조리원 마사지실에서는 팅팅 부은 데다 거동을 어려워하는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산모님, 아직 수술 부위가 아프시겠지만 다들 엎드려서 받으세요~" "처음엔 다들 무서워하는데 하고 나면 엄청 좋아질 거예요" "여기서 땀을 쫙 빼야 부기가 빨리 빠지고 몸무게도 돌아와요"
"… 그렇군요…근데 전 너무 아픈 걸요…"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나의 반발심이 순식간에 뻐렁친다. 결국 끝까지 마사지를 받지 않았고, 유난스럽고 엄살떠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공짜로 해주는 것도 아닌데... 마사지를 받지 않아서 죄인이 된 기분. 확실히 조리원이 천국은 아니었다.
돈을 내고 산후조리원에 가는 건 한국에만 있는 특별한 문화다. 출산 직후 집에서 아기를 돌보면서 몸조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생기지 않았을까. 남편들이 출산휴가나 육아 휴직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분위기도 한몫했을 거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수백만 원을 주고라도 산후조리원에 가는 게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산후조리는 너무나 중요하니까.
다만 나의 경우, 조리원에서 아기와 24시간 붙어있지 못해 속앓이를 좀 한 데다, 마사지실 눈치까지 보느라 100% 산후조리에 집중했다고 말하긴 어려운 입장이었다.
얼마 전에 호주에 사는 유튜버 ‘해쭈’님이 출산을 하고 집에서 산후조리하는 영상을 인상 깊게 봤다. (팬이에요.) 그 영상엔 호주엔 산후조리원이 따로 없기 때문에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막 출산한 산모는 집에서 최대한 휴식을 취하고 남편 또는 다른 가족이 출산휴가를 내고 요리, 육아, 집안일 등을 전담하는 게 호주의 산후조리 문화라고 한다. 부러웠다.
내 남편도 재택근무를 하는 중이라 옆에서 산후조리를 많이 도와줬고 육아 참여도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일을 마냥 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늘 아기와 나를 보살피는 일과 자기의 업무 사이의 균형을 찾느라 아등바등한다. 심지어 내가 조리원에 있는 동안엔 최대한 업무를 많이 해놓겠다며 더 바쁘게 일했다.
남편이나 다른 가족이 산후조리를 온전히 도울 수 없는 현실. 그래서 비싼 돈을 내고라도 조리원에 갈 수밖에 없던 현실과, 막상 찾아갔던 조리원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뒤엉킨 2주.
그 2주가 지나고 아기를 품에 안고 집에 오는 길은 그저 홀가분했다. 역시 집순이에게는 집이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