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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Mar 28. 2024

별처럼 빛나라, 캔디샵

[오늘도 나이쓰] 26

여보세요? 아직 소람이가 등교를 하지 않아서요

네? 아! 그랬군요. 그럼, 경과보고 다시 연락 부탁드려요.



작년 우리 반 소람이가 연습실 앞에서 쓰러졌다는 연락을 엄마한테 받았다. 나중에 알았다. 막 더워지던 5월 하순, 그 기간 동안 하루 평일 하루 네댓 시간씩 안무 연습을 하면서도 체중 관리를 위해 이것저것 마구 먹지를 못하고 있었던 시기가 꽤나 오래되었다는 것을.


그냥 어릴 적 노래를 좋아하고 남들 앞에서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줄만 알았는데, 본격적으로 가수를 해보겠다고 한 게 6-7년이란 시간이 흘렀단다. 그리고 나를 만난 작년. 1년 뒤 데뷔라는 약속을 소속사(과거 손담비, 브레이브걸스, 일렉로보이즈...라는 팀으로 유명했었다던)로부터 받았다며 내게 공문을 보내왔었다.


그렇게 10대 마지막 학년을 꽉 채워 잘 보낸 소람이 엄마가 어제 톡으로 링크를 보내왔다. 구체적인 일정과 함께. 소람이가 드디어 어제 데뷔를 한 것이었다, '캔디샵'이라는 활동명으로. 회사에서 만든, 그리 흡족하지 않은 네이밍이지만 눈 한번 찡긋하고 웃어넘긴 지 몇 개월 만이다.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한다며 입학한 실용 음악과 새내기 대학생이 된 지 한 달 여 만이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 본 소람이는 언제나처럼 밝게 웃고 있었다. 멤버들 중에서 가장 예쁘게. 메이크업을 진하 하지 않은 채 이른 아침에 맨 얼굴로 조회 때 앉아 있던 표정보다는 훨씬 덜 서 살짝 속상했지만.


일 년 동안 학교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잘 챙겨 먹고, 학교 일정대로 잘 나오라는 잔소리. 남양주에서 강남으로 평일 어후부터 주말까지, 때로는 지빙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학생으로의 일정을  다 소화해 내면서 마음껏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데 쓰러지지 않는 게 이상하지 싶었다.


하지만 소람이는 늘 밝았다. 정말 다행인 건 천성이 그랬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세 배나 더 긴 시간을 살아온 보다영혼이 맑 게 분명했다. 부정적인 마음으로 잘 안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한방에 그리고 언제까지나' 할 수는 없을 거라는 현실적인 믿음을 잔잔하게 지니고 있었다.



상담 중에 피곤해서 어째? 하는 나의 눈빛이나 음색을 읽어내고 오히려 나를 몇 번이나 안심시키려 했다. "에이, 지금 할 수 있는데 까지 하는 거죠. 지금이 신나고 좋으니까요. 괜찮습니다'라면서 웃을 때는 와락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아빠가 되게 만들기도 했다. 자그마한 체구 안에 신나게 반짝이는 별을 가득했다.


허황되지도, 억지로 끙끙거리지도 않으면서 끔찍히 꾸준한 이 맑은 에너지는 아주 익숙했다. 소람이 옆에서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동행하면서 긍정적인 열의로 웃으면서 기다리는 엄마의 모습 그대로였다. 가끔 뵙고,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전해진, 같은 부모 입장에서 경외스럽기까지 한 초긍정 보호자였다.


하늘에 빛나는 별빛은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달려와 우리 눈앞에서 반짝인다. 반짝이는 별빛은 그렇게 한참을 달려온 거다. 멀리서, 오랫동안 달려왔기 때문에 더욱 반짝이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짙은 어둠에 익숙한 별일수록 그 빛은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단박에 반짝이는 빛은 진짜 빛이 아니라는 것을 소람이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진짜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나이에 비해 어둑한 침묵의 길을 달려온 시간이 크기 때문에 그런 빛은 또 '딸깍'하는 매정한 소리에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소람이 어머니께서 톡을 보내오셨다. '전 데뷔 시켜서 이제 홀가분해요. 나머지는 천운인데 아무한테 오지 않음을 알기에 무탈하기만 바랍니다.' 역시 10대 때는 좋은 어른을 많이 만나는 게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다짐하게 된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외로움을 일찍 이겨내고 있을, 휴대폰도 사용하지 못하면서 공인의 역할을 깊숙이 배우고 있을 자그마한 아이가 그 안에 언제나 반짝이는 별을 담고 있는 걸 아니까 걱정은 되질 않는다. 가슴 가득 별을 담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살아내는 방식은 천양지차일테니까 안쓰럽기만 하지는 않다.  


다만, 또렷하게 더 진해질 별빛 덕분에 매일매일을 '오늘이 좋잖아요'로 채워가기를 두 손 모아 응원한다.  한한 사람 한 사람, 한 마디 한 마디의 응원과 칭찬을 너무나도 소중하게 여기길 간절히 기원한다. 


람아? 알지? 오늘도~ '예쓰겠습니다'(조례, 종례때 아이들과 같이 소람이도 박수치며 우렁차게 다짐했던 우리반 인사 구호다. 예쓰의 마음으로 오늘도 애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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