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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Jul 12. 2024

우리의 사랑은 늙지 않아

[노랫말싸미] 3

1Oh. when I get old 내가 나이 들었을 때 / I'll be lookin'back, sishin'it could last forever 과거를 돌아보며, 영원했길 바랄 거야 / Oh, yesterday, seem so far away 과거는 너무 멀게 느껴지네 /It feels just like we're stuck, inside a picture frame 액자 속에 우리가 갇힌 것만 같아.....


..... Whisper to me, we got the world right at our feet 내게 속삭여 줘, 우리의 발아래에 세상이 있다고 / And I just wanna sit right here and look at you 난 그저 여기 앉아서 널 바라보고 싶어 / That's probably all I ever do 아마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 Where did it go all of the nights 그 모든 밤들, 어디로 간 걸까 / All the time we spent together? 우리가 함께 보낸 모든 시간들이 / Oh, yesterday, seem so far away 과거는 너무 멀게 느껴지네 / Wake up and smile 일어나서 미소를 짓지


..... Thinkin' you always be mine and never leave my side 네가 항상 내 사람이고, 내 곁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 / At least these mem'ries, never say goodbye 적어도 이 기억들은, 작별 인사를 하지 않으니까


Someday, I'm runnin' out of time 언젠가, 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을 때 / I'll see your picture in my mind 내 마음속에 네 모습들이 보이겠지 / I'll keep our love frozen in time 우리의 사랑을 시간이 멈춘 순간에 간직할게..... https://www.youtube.com/watch?v=SBgL4eVymdM



한 곡의 노래 속에 포함된 노랫말은 단박에 그때, 그 사람이 있는, 그곳으로 데려다줍니다. 그냥 데려다 주는 게 아니라 그때, 그 사람의 향기가 지금도 올라오죠. 그곳에서 눈으로 봤던 것들이 떠오르게 해 주죠. 그러면서 그때의 내가 만져지고, 내 마음이 다시 솟아오르죠.


아내에게 그런 노랫말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노랫말싸미 곡인 'When I get old'. 불맛 나는 우리나라 컵라면을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던 덴마크 출신 크리스토퍼와 우리나라 청하가 듀엣으로 부른 노래죠. 아내의 애청곡 1위 곡입니다. 표정과 음색이 맑아서 좋아하는 크리스토퍼가 불러서 (아마도) 더 좋아하는 곡인 것 같습니다.


집에서, 혼자 있을 때도, 차 안에서 이 노래만 틀어달라고 합니다. 안 들으면 안 들었지 틀어서 한 번만 들은 적은 없습니다. 저보다 조금 더 영어 울렁증이 있는 아내귀에 이제는 영어로 된 노랫말들이 죄다 들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아내를 보면서 저의 기분까지 행복해지는 게 좋습니다. 좋아하는 아내가 좋아지는 저를 보는 게 좋습니다. 제가 가진 유일한 이데올로기는 '아내 지상주의'거든요. 아내가 행복해야, 편해야, 건강해야 나도 그럴 수 있다, 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노랫말을 '비트 입은 공기'라고 부릅니다. 노래 속 노랫말은 (같이) 사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공기 같거든요. 글을 읽을 때도, 쓸대도, 걸을 때도, 잘 때도, 말을 할 때도, 돈을 벌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필요한 공기처럼 말이죠. 통통 튀다가 한없이 솟구치고 다시 꺼졌다 튕겨 올라와 리드미컬하게 온몸을 감싸고 날아다니는.  


재주가 없어 공기에 비트를 직접 입힐 수는 없지만 노랫말을 핑계 삼아 같은 해 다른 곳에서 태어나 친구로 만나 부부가 된 아내에게 약속합니다. 언제나 맑고 넉넉한 공기를 가져다줄 거라고. 우리 둘이 지금 부모님의 나이가 되었을 때,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 나이 들었을 때도 'When I get old'를 같이 손잡고 들을 거라고.  


우리는 지금보다 분명 더 온몸에 주름이 많아지겠지만 마음속 주름은 매일 아침마다 다림질해줄게요. 지금보다 분명 아픈 곳이 더 많아지겠지만 당신이 좋아하는 내 손의 온기는 낮아지지 않을게요. 지금보다 분명 더 느릿하게 걷겠지만 항상 나란히 걸을께요.


지금보다 더 멀리, 더 오래 걷지는 못하겠지만 걷는 그 시간, 그 거리를 항상 당신 옆에서 당신만 생각하면 일부러 더 느릿하게 걸을 겁니다. 지금보다는 훨씬 운전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자동차보다 당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져다 놓을 공간을 먼저 찾을 겁니다.


지금보다 더 잘 안보이겠죠. 지금보다는 더 잘 안 들리겠죠.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요. 지금껏 그랬듯이 이미 당신 목소리는, 촉감은, 온기는, 향기는 눈을 감아도 귀를 막아도 뒤돌아서 있어도 낯선 곳에서도 수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있어도 다 잘 보이거든요. 깊게 느껴지거든요.


지금은 우리 집에서 매일, 매 순간, 아무거나 가장 많이 사진으로 남기려는 가족이 내가 된 거 알죠? 어제 점심때 우리 같이 뭐 먹었는지, 지난주 화요일 퇴근하면서 같이 어디를 들렸는지, 저번달 셋째 주 토요일에 같이 어디에 앉아 커피를 나눠 마셨는지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요.


사진으로 찍어 둔 장면, 장면들이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이 들었을 때 당신과 나의 노랫말이 될 거거든요. 당신에게 한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한 노랫말 말입니다. 그 노랫말들을 하나씩, 하나씩 다시 써 내려가면서 그럴 거거든요. 당신이 눈뜨는 곳이 언제이건, 어디이건 그 아름다운 눈으로 처음 보는 사람은 나일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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