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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Nov 15. 2024

우리도 나눠요

[다들 그렇게 살아요. 뻔한 이유로 행복하게] 16

['다 들' 그렇게 살고 있는 '우리'는 바로 당신이고 나이다. 당신이 나이고 내가 당신인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뻔한 이유로 뭉근한 행복을 바라는 당신의 가슴이 나의 등을 밀어주고 나의 가슴이 당신 이 되어 주면서.]



밤낮으로 달리는 오토바이, 연휴 새벽에 텅 비었어도 운행하는 노선버스, 육중한 몸매로 밀어붙이는 트럭, 이른 새벽에 늦은 밤에 더욱 반가운 택시. 


도로 위에서 이들을 만날 때면 가끔 부러워진다. 앞서 오는 이들을 마주 보고 하얀 장갑을 낀 손을 살짝 들어 한참을 흔들면서 미소 짓는 기사.


신호 대기 중에야 잠깐 헬멧 고글을 열고 서로 어깨를 두드려주는 라이더. 손바닥으로 경적을 콕콕 눌러 응원하는 트럭 기사. 아예 길가에 정차하고 대화하는 택시 기사.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들은 동료이면서 동시에 경쟁자들이다. 하지만 사는 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인간은 사랑으로 사유하는 존재라는 것을.


며칠 전 퇴근길. 어둑한 하늘 속에서 선명한 초록색 화살표가 번쩍였다. 워낙 퇴근길에 좌회선 차선은 중앙선을 물고 꼬리를 물 정도로 차량이 많은 곳이다.


좌회전 신호가 길어가 대략 신호 한 번에 스물몇 대의 차량이 움직일 수 있지만 그래도 한 번의 신호에 좌회전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 차로 바로 옆 직진 차로에서 노란 등을 언제부터인가 켜놓은 승용차가 보였다. 내 앞에서. 비상등을 켜고 직진 차로에서 그 차가 내 앞으로 들어보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같이 좌회전을 하게 되었고, 앞차는 비상등을 한참 켜 달리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다 다시 앞 신호등에서 앞뒤로 나란히 정지했을 때였다.


운전석 유리문이 반쯤 내려가는가 싶더니 큼지막한 손이 쑤욱 나와 허공에서 윈도 브러시 움직이듯 흔들거렸다. 아마 엉덩이도 실룩거리지 싶을 정도로 경쾌했다.


어느 도로이건 간에 그 위를 가장 많이 채운 건 우리(!)들이다. 하지만 앞유리마저 짙은 선팅으로 가리고 갈길만으로 내달린다.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마흔이 넘으면서 즐기던 자전거 라이딩. 라이딩을 한 뒤 마음까지 상쾌해진 이유는 마주쳐 달리는 라이더들과 손으로 입으로 안전을 빌었기 때문이다.  


출퇴근할 때 시속 60 도로에서 60으로 달리고 있다. 70 정도로 달리다 조금 더 줄인 거다. 일부러 태업을 하는 것도, 준법 운전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30년 무사고이지만 속도 때문에 위험했던 그때의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것뿐이다. 천천히 달리면서 라디오를 듣고 노래를 따라 하고 흥얼거리다 보면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처럼 좋다.


콧노래를 부르고 엄마한테, 아버님한테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런데 쉽지만 않다. 2차선에서 달리는데도 경적을 울리고, 지나치며 들여다보는 시선들이 많아졌다.


바빠서 달리다 보니 바쁜 일이 없는데도 그렇게 달리는 나를 발견하는 것도, 나의 속도를 넘어서려는 위협적인 차들 무리를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었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고마워하지 않는 상황을 겪는 것도.


먼저 가라 손짓을 하고 고맙다고 비상등을 켜주고 어떤 위협적인 앞선 상황에서도 옆에 나란히 선 차를 들여다보려는 분노를 경계하는 것. 이게 모두 나의 속도를 줄이고 나니 가능해진 거였다.


걸어 다니는 게 제일 좋지만, 도시화된 삶에서 그런 행운을 접하면서 먹고 살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서로 속도 좀 줄이고 먼저 가라, 고맙다 손인사를 좀 더 나누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차를 멈추고 내렸을 때 이유 없이 짜증이 밀려 올라오거나 화가 나는 상황이 줄어들지 않을까. 뱉어내는 말의 양도, 속도도 줄어들지 않을까. 그러면 적어도 자신의 속도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행복하고 싶은 인간이 만든, 차를 포함한 모든 탈 것들은 언제나 움직이다 멈춘 후 행복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기만 할 것처럼 달리지 말자. 모든 게 멈추었을 때 행복려면 움직일 때 불행하지 않아야 한다. 먼저 흔들면 먼저 행복해지고 멈춘 후에도 행복이 행운이 되어 따라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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