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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지담
Nov 29. 2024
기대는 오래된 내가 만든 기준일 뿐
[다들 그렇게 살아요. 뻔한 이유로 행복하게] 18
['다 들' 그렇게 살고 있는 '우리'는 바로 당신이고 나이다. 당신이 나이고 내가 당신인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뻔한 이유로 뭉근한 행복을
바라는
당신의 가슴이 나의 등을 밀어주고 나의 가슴이 당신
눈
이 되어 주면서.]
별일 없는 데, 아무래도 별일 없는 데
힘이
빠지는
날이
있다.
재미는 고사하고 모든 것들이 의미 없어 보이고
그저 드러누워 있고만 싶어지는 그런 날.
그날이 기회다.
긍정이라는 핑계로 머릿속에서 안개처럼 떠다니는 수많은 '기대'.
그것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 일이 내게 주어지겠지.
그
돈이
내게
주어지겠지. 그 자리가 내 자리가 되어주겠지.
그
사람이 내게
와주겠지. 이 정도면 저렇게 되겠지. 그래도 잘 되겠지. 노력한 만큼 되겠지. 되겠지. 될 거야. 돼야 해.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간 했던 수많은 '기대'는
먼지 가득한 마음의 창고 속 거미줄처럼
오래된 내가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힘없는 기준일 뿐이었다.
음침하게
얻어걸리기만을
바라면서도
정작 세상 속으로는 내세우지 못하는
허망하게 나약한 욕망들 말이다.
몸을 억지로 일으켜 한 바퀴 걸으면 앙상한 가지만 남은 벚나무가
한 바퀴 더 걸으면
빨간 열매로 웅크린 철쭉이 다시 한 바퀴 더 걸으면
노르스름하게 늘어진 능소화가
일러 준다.
숨겨서
기대하지
말고 드러내고
희망하라고.
희망은
그 자리에 붙박여 있는 나무들이 생애 내내 우주와 동고동락하는 방법이었다.
스스로의 기준에서 벗어난 순수한 응원이었다.
겨울 속에서 봄을 그리는 마음을 담아 보내는 염원이었다.
희망은
'오늘도 안녕'만 할 수는 없는 삶이기 때문에 서로 안부를 묻고,
'꽃길'만 존재할 수 없는 삶이기 때문에 진심으로 염려를 나누고,
자신의 것을 버리고 사랑한다 표현하며 서로 어깨에 기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그 상태에서 멈추는 것.
나를 너에게 품위있게 강요하지 않는 것.
지극히 평범한 나를 달콤하게 받아들이는 것.
또 한 해가 지나 벚꽃을 다시 찍고 철쭉과 다시 어깨 동무를 하고 능소화 앞에 다시 나란히 서서
겨우
내
별일 없는 날 희망하는 힘을 키웠노라고, 희망의 열매를 키웠노라고 나불거리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미소만 머금고 존재하면 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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