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계절에

[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 2

by 정원에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마음의 문을 두드립니다.


어떤 문 앞에서는 <나도 그래>라며 익숙한 내 열쇠를 꺼내 보기도 하고, 어떤 문 앞에서는 열쇠를 내려놓은 채 그저 그 집의 처마 밑에서 함께 비를 맞기도 합니다.


‘동감’이 내 서랍 속에서 상대와 닮은 모양의 조각을 찾아 맞춰보는 일이라면, ‘공감’은 내 서랍을 잠시 비워두고 상대의 구겨진 종이들을 소중히 담아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동감은 <우리 같은 길을 걷고 있구나>라는 안도감을 주지만, 공감은 <네가 걷는 길이 얼마나 거친지 내가 잠시 느껴볼게>라는 절절한 동행입니다.


동감은 햇살 좋은 날 나란히 걷는 그림자 같아서, 빛의 방향이 바뀌면 이내 흐릿해지곤 합니다. 하지만 공감은 한겨울 누군가의 언 손을 내 겨드랑이 사이에 품어주는 온기입니다. 내 체온이 전해지는 동안 나 역시 서늘함을 느끼지만, 그 서늘함 끝에 비로소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따스해집니다.


타인의 슬픔 속에 발을 담그는 일은 때로 두렵기도 합니다. 내가 젖을까 봐, 혹은 내가 흔들릴까 봐 우리는 서둘러 <나도 알아, 나도 그랬어>라며 내 방식의 정답을 내밀곤 하죠. 그러나 진정한 위로는 내 세계로 그를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낯선 세계에서 기꺼이 길을 잃어주는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말 너머의 정서를 함께 겪어내려는 그 시도는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상대는 자신의 아픔이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울림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삶을 조금씩 물들이며, 혼자가 아님을 증명해 나가는 존재들입니다.


오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 내 생각의 틀을 잠시 내려놓고 그 사람의 풍경 속으로 걸어가 보는 건 어떨까요. <알겠다>는 고개 끄덕임보다, 그의 가슴에서 치는 파도가 내 마음의 해안가에도 하얗게 부서지도록 잠시만 자리를 내어주는 것입니다. ❤️



_내 마음의 한 문장

“공감이란 내 신발을 벗어두고, 당신의 낡은 신발을 신고 함께 흙탕물을 건너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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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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