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로 흐르는 풍경을 믿어보는 일
[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 1
저만치 앞에서 걷던 어르신이 갑자기 뒤돌아 섭니다. 멀찌감치 뒤따라가던 저와 눈이 잠깐 마주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걷습니다. 뒤로 말이죠. 산책을 하다 뒤로 걷기로 전환한 겁니다.
자주 그러신 듯, 앞을 보고 걷듯이 당당한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그 짧은 눈맞춤 속에서 저는 삶의 어떤 비기(祕記)를 엿본 듯했습니다.
우리는 늘 앞만 보고 달리는 데 익숙합니다. 정해진 지도, 익숙한 목적지, ‘나’라는 견고한 집을 지키기 위해 전력 질주하죠. 그곳은 편안하고 따뜻합니다.
하지만 가끔, 그 익숙함이 우리를 뿌연 가로등 아래 늘어진 거미줄처럼 만들때가 있지 않나요? 늘 같은 카페, 같은 사람들, 변함없는 생각들은 마치 투명한 감옥처럼 우리를 가두기도 하니까요.
뒤로 걷는다는 건, 쓰지 않던 근육을 깨우는 일이자 보이지 않는 길을 믿어보는 용기입니다. 여행지에서 지도를 잃어버렸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처음엔 당황스럽고 두렵지만, 지도가 사라진 순간 우리는 비로소 고개를 들어 건물의 표정을 보고, 바람의 냄새를 맡고, 발바닥에 닿는 울퉁불퉁한 ‘지형’을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합니다. 길 잃은 이방인이 되었을 때,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감각은 가장 생생하게 깨어납니다.
지금 혹시 삶이 낯설게 느껴지시나요? 내가 알던 내가 아닌 것 같아 불안하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마음의 뒷걸음질을 연습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익숙한 ‘나’라는 집에서 잠시 걸어 나와 낯선 거리에 서 있는 당신은, 어쩌면 지금 가장 솔직한 당신과 마주하고 있는 것일 테니까요.
불안해하지 마세요. 뒤로 걸어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니까요. 보이지 않는 등 뒤의 풍경을 믿고, 평소 쓰지 않던 마음의 근육을 움직여보세요.
길을 잃어야만 발견할 수 있는 보물들이 그 낯선 골목 어귀에 숨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
_내 마음의 한 문장
“나를 잃어버린 그 낯선 길 위에서, 비로소 나는 가장 선명한 나를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