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함의 조건

<콘클라베>

by CINEKOON


교황이 신의 품으로 떠나고, 남겨진 추기경들은 그 뒤를 이을 새 교황 선출을 위해 콘클라베에 돌입한다. 전세계의 추기경들은 한데 모이고, 시스티나 대성당은 점검 및 봉쇄 당하며 새 교황 선출을 준비한다. 근데 이번 콘클라베 진행의 총괄 단장이 된 로렌스는 하필 최근들어 흔들리는 믿음으로 번민하는 자이다. 하지만 콘클라베가 진행됨에 따라, 어쩌면 그 또한 최근 서거했던 교황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싶어진다. 그러니까 서거한 교황의 뜻에 따르자면, 로렌스의 그 번민마저도 콘클라베 진행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이었지도.


'콘클라베'라는 표현을 쓰고 있긴 하지만, <콘클라베>는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점차 우경화 되어 가고 있는 현 시점 이 세상에 대한 사실상의 선거 캠페인처럼 보인다. 전세계 천주교의 지도자가 될 이를 뽑는 성스러운 투표이지만, 세상 여느 선거가 다 그렇듯 그 이면엔 실로 날카롭고 지저분하기까지한 여러 정치 전략들이 암투를 벌인다. 누군가는 득표를 빌미로 매관매직을, 또 누군가는 원리주의적 원칙을 설파하며 지지율 결집을, 그리고 다른 누군가는 심지어 타 유력 후보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자 그 과거까지 지저분하게 끌어내 진흙탕 싸움을 유도한다. 세상만사 그 모든 곳에 정치가 다 서려있듯, 하물며 교황을 뽑는다는 콘클라베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극중 빈센트 추기경은 믿음에 대한 로렌스의 자기고백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야말로 차기 교황 자리의 적임자라 조언한다. 자리에 욕심이 없는 자가 진정 그 자리의 주인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확신이 없는 자만이 진정 권력의 적자라는 것. 빈센트의 그 말이 로렌스를 거쳐 내 가슴까지 울렸다. 진정 위정자의 조건을 갖춘 이는 스스로를 확신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만이 유일하고 완전무결한 '선'일 것이라, '정의'일 것이라 확신하는 것이야말로 필연적으로 다양성을 지닌 이 세계에 있어 적폐가 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인류 역사에 있어 지금까지 무궁무진히도 반복되어 온 갖은 전쟁과 학살, 갈등들은 모두 '스스로만이 옳다' 여기는 자기확신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바로 그렇기에 로렌스는 차기 교황의 적임자처럼 보였다. 물론 극중에서 결국 차기 교황의 자리는 그 조언의 주체였던 빈센트가 '인노켄티우스'라는 이름으로 가져가게 되지만... 투표가 모두 끝난 이후에 밝혀지는 소박하고도 중대한 진실 앞에서 로렌스가 취한 태도, 바로 그 태도 덕분에 비록 교황은 못 되었을지언정 로렌스가 진정한 종교인이고 또 구도자임을 느끼게 되었다. 끝에 끝에 끝까지도 스스로를 완전하고 온전히 확신하기 보다 되려 의심하는 태도. 참고로 인노켄티우스의 어원은 '무결하다'라고 한다. 어쩌면 의심과 번민 자체가 신이 내린 그 무결함의 조건일는지도. 


tempImage0KwD6y.heic <콘클라베> / 에드워드 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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