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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KOON Aug 04. 2020

더 가질 세상이 있었던 남자

<조디악>의 데이비드 핀쳐.

<세븐>을 처음 본 건 아마 중학생 때였을 것이다. 1995년도 영화였지만 1991년생인 내가 그걸 개봉 당시 볼 수 있었을 리는 없고. 하여튼 그 영화를 보고나서 생각했었다.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면 지금 당장 은퇴해도 여한이 없겠다'하고. '감독은 지금 아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겠지?'라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네. 문제는 그 이후 데이비드 핀처가 만든 게 <조디악>이었다는 것이다. <세븐> 찍고 은퇴가 웬말이야, <조디악> 같은 영화 만들 거였다면 더 열심히 하는 게 맞지. 핀처에겐 그렇게 더 가질 세상이 있었다.



<제로 다크 서티>에서 캐서린 비글로우가 보여줬던 것처럼, <조디악>을 통해 핀처는 '무언가를 위해 자신의 삶을 다 바쳤던 사람들'이 바로 그 '무언가'가 완성되거나 해결되는 순간 보여주는 일순간의 멍한 표정을 오롯이 보여준다.



<세븐>이 천재의 영화라면, <조디악>은 장인의 영화다. 봉준호의 말마따나 <조디악> 때의 핀처에 비하면 <세븐> 때의 핀처는 그저 똥 싸는 유치원생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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